[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하자마자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현지시간)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 대응을 이유로 미국의 3대 수입국에 대한 전면적인 새 관세 도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대상은 해당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이며 기간은 미국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새 관세 부과를 예고한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미국의 3대 교역국이라는 특징이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수입 기준으로는 중국이 전체의 14.6%(5천363억달러)로 1위다. 이어 멕시코(4천548억달러), 캐나다(4천366억달러) 등의 순이다. 이들 3개국은 올 9월까지 전체 미국 수입의 42%를 차지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3대 수입국을 겨냥해 이날 전격 발표한 이번 관세는 대선 때의 관세 공약과는 별개다.
그는 대선 때 미국 노동자 보호, 기업 유치 등의 이유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한 100~200% 관세 등을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관세의 이유로 미국 노동자 보호와 제조업 부흥, 자동차 산업 보호 등을 거론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것은 개념적으로는 공약으로 발표한 관세 정책에 추가되는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 일방적으로 새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국가들이 불법 이민 및 마약 문제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경제 이외의 문제와 연계해 관세 정책을 대응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때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수차 언급하면서 ‘관세 카드’만 있으면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관세를 ‘요술 방망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와 관련, 베센트 재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폭스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관세는 대통령의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면서 “동맹국이 자주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하거나, 해외 시장을 개방하거나, 불법 이민 종료 및 펜타닐 밀수 단속에 대한 협력을 확보하거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등에서 관세는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만성적 무역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데서 더 나아가 경제 외적인 문제에도 관세 카드를 수시로 꺼내 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관세 공약이 그대로 시행될지 아니면 취임 전에 협상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먼저 발표하면서 엄포를 놨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는 미국 자동차 업체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자동차 생산이 완료되기 전에 수차례에 거쳐 부품이 이들 국가를 오가는데 그때마다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제조업체들의 수익이 줄거나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때인 2019년 5월에도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을 압박하기 위해 멕시코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