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日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정무관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정계 진출 전 연예 활동도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24일 일본 사도시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해 논란이 된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56)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이 강제 노역했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우리 정부에 매년 개최하겠다고 약속한 조치다. 하지만 일본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인사를 참석시켰고, 우리 정부는 행사에 불참했다. 야스쿠니 신사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이날 일본 대표로 나선 이쿠이나 아키코는 1980년대 인기 걸그룹 ‘오냥코 클럽’ 출신이다. ‘오냥코 클럽’은 멤버만 50여 명에 달하는 걸그룹으로 이쿠이나는 1986~1987년에 1년 3개월간 활동했다.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배우 기무라 타쿠야의 아내 쿠도 시즈카와 함께 오냥코 클럽의 유닛 그룹 ‘우시로가미히카레타이’로도 활약했다. 오냥코 클럽 해체 후에는 배우로도 활동했다. 1996년엔 세미누드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이후 2003년 결혼한 이쿠이나는 2011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 절제 수술과 재건수술을 받았다. 2016년에는 투병기록을 담은 ‘오른쪽 가슴. 고마웠다. 그리고 안녕…. 다섯 번의 수술과 유방 재건 1800일’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진 이쿠이나는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그를 정치권으로 부른 인물은 부른 인물은 2022년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의 인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이다. 당시 아베파는 참의원 선거에 나갈 인지도 높은 여성 신인을 찾는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참의원 후보가 된 이쿠이나가 2022년 6월 첫 유세를 할 때 아베 전 총리가가 지원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음악사업자협회, 일본음악제작자연맹, 콘서트프로모터즈협회, 일본음악출판사협회 등 음악계 ‘빅4′ 단체의 대표도 모두 이쿠이나를 지지했다.
2022년 7월 8일 피격 사망한 아베는 다음 날인 9일 이쿠이나 지원 유세에 다시 나설 예정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기우다 의원은 “사망한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에 도우려 했던 후보가 이쿠이나”라며 “우리는 그 뜻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쿠이나는 도쿄도 참의원 선거에서 득표수 5위(6위까지 당선)로 당선됐다.
정치 신참인 이쿠이나는 이달 외무성 정무관으로 취임했다. 영어로 ‘Parliamentary Vice-Minister’인 정무관은 ‘차관급’이라 불리며, 대신(장관)·부대신(차관)에 이은 자리여서 통상 부처의 차관~국장급 사이로 본다.
한편 이쿠이나는 추도식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참석해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일본의 전쟁 중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에서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강제 노동에 대한 인정이나 사과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이쿠이나 정무관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야시 장관은 이쿠이나 정무관의 파견 경위에 대해 “정부는 종합적 판단을 통해 외무성에서 홍보·문화와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을 결정했다”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취임 이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는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