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최근 ‘래커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의 한 여대에 낙서 제거 견적을 내고 왔다는 청소전문가가 “놀라고 또 놀랐다”는 후기를 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의 한 청소업체 대표인 A씨는 지난 25일 업체 홈페이지에 ‘여대 낙서, 락카 제거 견적 다녀왔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가 방문한 대학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공개한 40여 장의 사진에 따르면 해당 대학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신여대는 최근 2025학년도 입시에서 국제학부에 한해 남성 지원을 열어둔 것을 두고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A씨는 “도착하자마자 정문 외벽에 낙서가 보였다. 이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타 대학 외벽에도 낙서가 돼 있는데, 어설프게 지워져 있는 모습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정문에서 들어가는 중에도 (낙서 때문에) 놀랐는데, 아주 넓은 범위에 (래커가 칠해져 있어서) 또 한 번 놀라고 여기뿐만 아니라 실내에도 (래커 낙서가) 있어서 또 놀랐다”며 “낙서가 된 장소도 제각각에 래커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성분이 다른 종류들을 사용했다”고 놀라워 했다.
이어 “실내 낙서도 장난이 아니다”라면서, 건물 내부 대리석 벽과 바닥에 래커 낙서가 돼 있는 사진을 공개하고 “이렇게 실내 대리석에 한 낙서는 지우고 나서 연마 후 색 조합도 다시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래커 제거는 작업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비용이 그만큼 더 올라간다고 한다.
그는 건물 내부 벽면에 칠해진 한 낙서를 두고 “래커가 아닌 아크릴 물감같은데, 색이 스며들어 있어서 약품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대리석 폴리싱 작업이 들어가야 해서 금액이 상당하다”며 “빨간 래커칠은 지우면 흔적이 남는데, 100% 제거를 하려면 또 흔적 처리를 따로 해야해서 비용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현장에서 자재별로 래커 제거가 되는지 테스트를 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일부에 대해선 “살짝 자국이 남는 듯하지만 고압세척과 반복작업을 하면 깨끗이 제거될 것”이라면서도 다른 낙서에 대해선 “같은 재질의 석재인데 약품에 반응이 없다. 다른 처리를 해 봤더니 흔적이 좀 남았는데 반복작업으로 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래커 제거를 시도한 석재가 갈리는 정도를 넘어 움푹 파여 있었다며 “이렇게 자재를 상하게 할 거면 안 하느니만 못 하는 상태가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A씨는 ‘(도로경계석에 칠해진) 래커는 아세톤으로 제거된다’는 온라인상의 주장에 대해서는 “색이 번진 게 보인다.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제거된 게 아니다”라며 “중화 처리도 해줘야 하는데 그냥 뒀기 때문에 더 안으로 스며들고, 스며든 것을 빼내기 위해 2~3배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난 11일 동덕여대에서 시작된 래커 시위는 주변의 다른 여대로 확산됐다. 성신여대는 남학생의 국제학부 입학을 반대하면서, 서울여대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교수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면서 래커로 도배됐다.
청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 대학들에 칠해진 래커 낙서가 “올해 초 있었던 경복궁보다 쇼킹한 사건”으로 회자되면서 건물 보수 및 청소경비 비용으로 수십 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