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중 보기드문 빌딩 숲 옆 산악
외국 관광객 “서울 등산 관광 ‘엄지척’”
서울관광재단, 새 관악산센터 문전성시
“아만다, 세르히오, 명석, 밥 먹었어? 우리 토요일 아침, 관악산 등산관광센터에서 만나! 가보면 대박 어메이징이야.”
전 세계 200여 개국 수도 중에서 서울은 빌딩 마천루 바로 옆에 산이 있는, 도심 산악 등산에 관한한 최고의 여행지이다. 해발 1000~1500m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모습에 놀라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지기수다.
접근성이 좋고, 등산시간도 짧기에 캐주얼힌 등산을 즐기기 안성맞춤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 가파른 구간이 많아 운동이 제법 된다. 빌딩 숲을 발아래 두고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풍경에 새삼 놀란다. 산새 소리와 계곡물 소리에 더불어 “으쌰!”하며 뒷사람 끌어주는 정겨운 등산인들의 목소리는 귀를 즐겁게 한다.
외국 관광객도 알아본 서울 도심 등산
서울 도심 등반의 가장 큰 매력은 산정에 올라 김밥, 컵라면, 식혜를 나눠먹고, 바위 위에 누워 태닝도 하며, 흥겨운 노래를 불러도 좋다는 점이다. 외국 관광객들도 이처럼 낭만과 웃음, 건강과 행복감을 선사하고 동반자와의 우정도 키울 수 있는 도심 등반의 매력에 빠졌다. “헤이, 외국인 양반, 탁주 한 잔 해”라고 불러주는 소리는 그들에게 감동을 안긴다.
한국인의 ‘장비-부심’도 외국인들에겐 흥미로운 대목이다. 1000m 안팎의 산에는 흔한 반팔 차림에 샌들을 신고도 올랐던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집 근처 동산에 올라 가는데도 풀 장착된 아웃도어 의상과제대로 된 장비를 갖춘 모습을 보고 ‘이들은 등산에 참 진심이구나’라고 느낀다. 이에 그들도 우리의 ‘진심’에 동참하려는 듯, 샌들을 벗고 등산화를 신는다.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등산을 돕기 위해 등산관광센터가 북한산, 북악산에 이어 관악산에도 생겼다. 그리고 오픈 초반부터 외국인들과 지방에서 온 등산 마니아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1일부터 서울 도심 등산관광 활성화를 위해 운영을 시작한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관악산)’가 개관 3주 만에 내외국인 등산객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다고 26일 전했다.
신림선 관악산역 1번 출구에 있는 ‘관악산 센터’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등산로 및 서울 관광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또 외국인 관광객과 이들과 동반한 내국인을 상대로 등산 장비 대여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울 등산을 경험해 본 외국인 사이에서 ‘~악산은 험하니 조심해서 도전하라’는 소문이 돌자 이에 기민하게 대처한 것이다. 센터는 관악산이 암벽이 많고 미끄러운 바위 또한 많은 점을 고려해 관광객의 안전한 산행을 돕고자 아이젠, 등산화 등 등산 장비를 충분히 마련해뒀다.
간단히 담소를 나누고 쉬어가는 ‘고객 라운지’는 등산객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관악산역 지상에는 으뜸공원이 있고 이 역 지하에는 관악산 센터가 있다. 특히 토요일 오전은 관악산 센터가 전국 등산객들의 모임 장소다. 센터는 다양한 행사, 등정 발대식, 문화 퍼포먼스도 한다.
오픈 첫 주 토요일에는 1200명 이상이 센터를 방문하는 등 오픈한 지 2주만에 누적 방문객 5000여 명이 넘었다. 개관한지 보름 남짓 지난 시점 청년 등산 챌린저들이 모여 출정식을 하기도 했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관악산
관악산은 다양한 난이도의 등산로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관악산은 정상인 연주대를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지만 무장애 숲길, 황톳길, 관악산공원 물놀이장 등 어르신, 어른이도 즐길 수 있는 여러가지 콘텐츠가 있어 다채롭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관악산 무장애숲길에 안전 데크를 놓아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편안히 오르내리도록 했다. 경사는 완만하고, 보행로는 넓다. 또 좀처럼 보기 힘든 휠체어 전용 주차 공간도 있다.
숲길은 잣나무 쉼터, 바위 쉼터, 도토리 쉼터 등으로 연결되는 순환형 숲길과 바위 쉼터부터 전망 쉼터까지 지그재그 형태로 이어지는 데크길을 올라가는 등반형 숲길로 이루어져 있다. 등반형 숲길의 정상인 전망 쉼터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서울대학교 캠퍼스 뒤로 멀리 남산 일대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황톳길은 핸드레일을 잡고 오르도록 했고, 어싱(earthing, 맨발로 걷기)하는 등산객들을 위해 세족장까지 마련해뒀다.
이와 함께 관악산공원 물놀이장은 무료이다. 가족 단위 관광객 및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관악산 서쪽에 위치한 호암산은 서울 남쪽의 일출 명소다. 호암산 정상인 국기봉에 도착하면 관악산 능선과 서울 도심이 어우러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호암산 중턱의 호암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정상으로 가는 길과 호암산성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정상을 향해 길을 잡고 암반 구간을 지나면 호암산의 정상인 민주동산 국기봉이 나온다. 돌무더기들이 널려 있고 가장 높은 바위에 세워진 국기봉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볼 수 있다.
산악 정보·장비 대여 한 곳에…이벤트도 풍성
관악산 센터에서는 난이도별로 A, B, C 코스로 나누어 관광객들에게 코스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는 코스별 종이팔찌를 배포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로드 하면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A코스는 관악산공원에서 시작해 황톳길을 지나 관악산호수공원, 무장애숲길을 거쳐 삼거리 약수터까지 가는 코스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코스다.
B코스는 A코스를 지나 공학관(상), 연주샘을 거쳐 연주대까지 가는 코스다. 중간 난이도 정도로, A코스 보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관악산의 정상인 연주대까지 도전해 볼 수 있다.
C코스는 자운암 능선을 지나 연주대까지 가는 코스로 가장 어렵다. 관악산 정상에는 절벽에 위태롭게 자리잡은 불교 암자인 연주암이 있는데,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포토스팟이다.
한편 관악산센터 개관 기념 방명록 이벤트는 3일 만에 2000여 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의 참여도 활발해 준비했던 기념품을 당초 예상한 한 달보다 빨리 소진했다. 방문객이 작성해준 방명록은 포토존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관악산 코스 인증샷 SNS 이벤트는 11월 말까지 진행되니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등산객은 센터에 방문하여 팔찌를 수령한 후 인증 이벤트에 참여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 도심 등산관광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서울하이킹투어리즘)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북한산을 시작으로 운영을 시작한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는 현재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에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코스 안내, 등산 물품 대여, 탈의실 및 락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 누적 방문객은 2024년 한 해에만 2만4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렌탈 실적 또한 1800건을 넘겼다. 3개 센터의 2022년 이후 누적 방문객은 4만여 명이다.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는 서울 등산 관광 홍보를 위해 현재까지 40개국 총 224인의 협회 및 단체의 팸투어를 진행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관악산은 매력적인 콘텐츠와 다양한 코스가 있는 산이다. 현재 K-등산이 화두가 되며 추후 더 많은 관광객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관악산 센터가 관악산과 서울 산의 매력을 알리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