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 직접지원 없고, 최종사용자는 미국” 입장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이 올해 한국으로부터 받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155㎜ 포탄량이 모든 유럽 국가의 공급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착 상황을 되짚어 보는 심층 기획 기사에서 한국산 155㎜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된 과정을 소개했다.
올해 초 미국의 생산량으로는 한 달에 9만발 이상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수요의 10분의 1 조금 넘는 수준밖에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공급한 탄약을 대량으로 보유한 한국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한국은 교전 지역에 대한 무기 공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 장벽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한국을 설득할 경우 41일 안에 공중과 해상으로 155㎜ 탄약 약 33만 발을 이송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한국 측과 교섭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간접 지원일 경우’ 수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미 국방부 당국자들이 한국 당국자들과 협의한 결과, 올해 초부터 포탄이 이송되기 시작했다고 WP는 보도했다.
그러면서 WP는 “결과적으로 한국은 모든 유럽 국가의 공급량을 합산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다만 신문은 한국에서 이송된 포탄량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또 신문이 거론한 한국에서 이송됐다는 포탄이 곧바로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사용됐는지, 미국이 한국발 포탄으로 자국 무기고를 채움으로써 기존에 자신들이 보유한 포탄 재고 물량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수 있었다는 취지인지는 불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직접 지원 물량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대미 무기 수출은 '최종 사용자는 미군'이라는 조건 하에서만 이뤄진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5월 24일 국회 운영위에서 “저희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포탄을)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조 실장은 또 “풍산그룹이 포탄을 생산해 계약하는 것은 있지만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선 한미 간 협의는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24일자 보도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포탄 수십만 발의 이송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WSJ은 한국이 미국에 포탄을 이전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방식으로 공급이 이뤄졌으며, 한국의 포탄 공급 때문에 미국이 대우크라이나 집속탄 지원 결정을 미룰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한 개의 포탄(혹은 폭탄) 안에, 수개에서 수백개의 자탄(子彈)이 들어있어 광범위한 살상 및 파괴 효과를 가진 무기를 말한다. 하지만 자탄들이 폭발하지 않을 경우 민간인 피해가 우려돼 전 세계 120개국이 이를 금지하는 협정에 가입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