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복부 깊숙이 위치한 장기 췌장. 간, 십이지장, 비장, 대장 등에 둘러싸여 소화효소, 혈당조절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췌장에 발생하는 악성종양 췌장암은 대체적으로 발견도 늦고 치료도 어려워 완치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최신 국내 통계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13.9%(국가암정보센터, 2015~2019)로 암 사망 주요 원인인 간암(37.7%), 폐암(34.7%)보다도 낮다. 이는 췌장암의 치료 자체도 어렵지만,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가 쉽지 않은 것도 한 이유다. 췌장암은 초음파검사,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으로도 발견이 쉽지 않아 암 발견 시기가 췌장암 3기를 넘어선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증상은 복부 통증, 체중 감소, 소화 장애 등 일반적인 소화기계 질환 증상과 비슷하며 초기에는 이러한 증상마저 없는 경우가 많다.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50대 이상에서 갑작스럽게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췌장 질환을 함께 의심할 수 있다.
민트병원 김영선 이미징센터장(영상의학과 전문의/복부세부전공)은 “췌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가장 접근성이 좋은 방법은 상복부 초음파검사”라며 “하지만 췌장 전체를 뚜렷이 관찰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췌장은 크게 두부, 체부, 미부 3부위로 나뉘는데 췌장의 두부나 체부는 초음파로도 보이지만, 꼬리 쪽인 미부는 관찰이 어려운 편이다. 또 크기가 작은 췌장암 역시 초음파로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검사보다 정확한 영상검사는 CT, MRI 정도이다.
CT(전산화단층촬영)검사는 복부 전체를 확인하는 데 좋은 검사법이다. 다만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복부 CT는 다른 부위에 비해 피폭량이 더 많아 암이 의심되거나 암 치료 이후 추적 검사가 아닌, 암의 조기 진단만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것은 크게 권장되지 않는다. 또한 CT검사는 조영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MRI(자기공명영상)검사 역시 초음파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와 주변 장기 정보까지 3D로 얻을 수 있는 우수한 검사법이다. CT검사와는 달리 방사선 피폭의 위험이 없고, 증상이 없는 건강검진 목적의 검사에는 대부분 조영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췌장에 종양이 보여 조영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CT 조영제보다는 몸의 부담이 적다.
젊고 건강한 모든 사람이 췌장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췌장암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은 흡연 그리고 음주이다. 또 췌장암 가족력도 췌장암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 정리하면 40세 이상의 만성췌장염 환자, 장기 흡연자, 40~50대 이후 제2형당뇨 환자, 비만 등의 위험인자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이므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