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시대 미래 원동력
박사 학위를 소지했으나 교수가 되지 못한 비전임 연구 인력을 지칭하는 ‘포닥(포스닥)’이 박사 학위 1년~2년 후 2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서 수용할 수 없는 연구 인재를 산업계로 유입하는 발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시작한 ‘혁신성장 선도 고급 연구 인재 성장 지원사업(KIURI·이하 키우리)’은 산업계와 협력할 수 있는 미래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키우리 사업 예산은 3년간 총 375억원 규모다. 사업에 참여하는 포닥에게 연 1억원의 연구비를 3년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키우리 사업의 기대 효과는 기업과 인재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과학기술의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확대되는 시기, 중견·벤처기업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위 과정 중 부족한 현장의 이해와 융합연구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재 성장의 성장판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키우리’ 사업의 순기능이다. 신진 박사급 연구자의 독립성을 보장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주제를 다룰 수 있다.
국내 이·공·의약계 신규 박사 배출 규모는 연간 5400여 명에 달하지만, 산업계에 박사급 연구 인력의 진출은 미미하다. 대학 교원 등 연구자 트랙의 일자리 증가 역시 제한된 상황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생산가능인구 1000명당 박사학위자는 한국이 8.1명이다. 영국(121명), 독일(138명), 미국(178명)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특히 기업체 연구원 중 박사급 인력 비중은 7.1%로 매우 낮다. 이마저도 대기업에 편중돼있다.
이른바 ‘브레인’으로 통하는 이들은 출신학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실제 포닥들의 출신학교는 상위 20개 대학에 약 66%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상위 20개 대학 기준 가장 수가 많은 분야는 생명·의약학(29.4%)이다. 이어 공학(26.4%), ICT융합(24.4%), 생명 외 자연과학(19.8%) 순이다. 미래연구가 필요한 각 분야에서 원동력으로 활용할 인재가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산업계에서 연구 인력에 대한 수요는 많다고 판단한다”며 “포닥과 같은 신진 연구자들이 기초·원천 연구를 직접 수행해 독립연구자로 성장하면 자연스레 기업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