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감염병 위기 대응역량 강화해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武漢) 폐렴’) 사망자와 확진환자가 각각 1000명과 4만명을 넘어섰다. 전파 속도가 빠른 이 감염병은 벌써 29개 국가로 퍼졌다. 봉쇄 직전 우한시를 탈출한 500만명이 춘제 연휴를 맞아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갔거나 고국으로 돌아갔다. 소문으로 나돌던 초강력 감염병을 피해 안전지역으로 이동한 사람이 많겠지만 무증상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자신도 모른 채 다른 사람에게 옮겼을 수 있다.

사망자는 발병국인 중국(중국인)에서 주로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사망자 역시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중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들이 선제적으로 잠재 환자를 파악하고 병원체 전파 억제와 환자 격리치료를 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등과 같이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경우 환자와 사망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늘 수 있다.

국제적으로 전파력이 빠른 감염병을 차단 및 관리하고 국제 공조를 증진시키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그동안 중국을 두둔하면서 대응이 늦어졌고, 미국 등 선진국에 떠밀려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지난달 30일에야 선포했다.

이번 선언에서 WHO는 교역과 사람 이동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러시아 몽골 카자흐 등 중국과의 접경국가들은 국경을 폐쇄했고, 미국 이탈리아 베트남 등은 중국 방문자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일본은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이번 일로 국제기구로서 WHO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고, 사무총장 사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입국 금지 논란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결정을 미루다가 지난 2일 우한지역 방문자 입국을 금지시키고 제주도에 대한 중국인 무비자 입국 역시 일시 중지시켰다. 또한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을 제한했다. 어느 국가나 감염병 위험이 있는 사람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태 진전에 따라 관련 국내 규정, 국제 규범 및 외교관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대응 수준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2016년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을 금지시키면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숫자가 크게 줄었지만,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한·중 양국 간 방문을 금지시키는 것은 마지막 대책이 될 것이다.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언사를 자제해야 하지만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문하자,야당들은 정부와 여당의 중국 편들기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막말을 쏟아내던 여당 인사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고분고분하기만 하다. 감염병의 위험을 주지시키기 위해 많은 국가가 병명과 지역(우한 혹은 중국)을 병행해 적고 있다.

이번 우한발 감염병 문제로 오는 3월 개학을 앞둔 대학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의 지침(권고)에 따라 2월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했고 후베이 지역을 방문한 학생과 교직원을 파악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2주 내외로 개강을 늦췄다.

학사일정 못지 않게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통제에 적어도 서너 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도 감염병 초기 대응에 허점이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중심이 돼 그런 대로 대응하고 있는 듯하다.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대책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구돼야 한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 기준과 관련 매뉴얼을 가다듬고 대응 역량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언제든 유사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기관리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