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합병 과정에 부당지원”
양자협의 요청…WTO에 제소
60일내 한일간 협의 실패땐
상소 심의까지 1~2년 갈수도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정부가 부당 지원을 했다고 문제 삼고 나서면서 양사의 합병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달부터 양자 협의를 시작으로 심사가 시작됨에 따라 향후 한국 정부의 WTO규범 위반 여부가 양사의 기업결함 심사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WTO 규범 위반이 양사 합병의 부정 명분으로 작용해 기업결합심사를 불허하는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WT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에 따르면 일본은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소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기사 12면
일본은 “조선 업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구조 조정 조치, 한국 조선 업체와의 상업용 상선 주문과 관련한 보증 및 보험, 선적 전 대출, 친환경 선박 교체 보조금, 상업용 선박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부과 한 기타 조치 등이 상선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는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SCM)협약과 1994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조치 등을 두고 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양자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로 공식 제소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일본이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WTO 분쟁해결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일본은 이번에 첫 번째 제소 이후 이뤄진 조치까지 포함해 다시 제소했다. 이번 제소에는 지난해 초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지분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전환주 912만주와 보통주 610만주를 받기로 한 것이 새롭게 포함됐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산은이 추가로 1조원 재정 지원을 보장하기로 한 내용도 들어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도 양자협의 요청의 사유로 적시했다.
일본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조선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등에 지원한 대출, 보증, 보험 등 역시 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양사는 기존 제소에서 새로운 사항을 더해 다시 제소하는 일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WTO 제소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 일본의 제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본격 제소가 시작되면 60일 내 한국과 일본은 양자 협의를 하고 실패할 경우 1년이내로 패널 심리를 진행한다. 상소 심의까지 하려면 보통은 1~2년 이상이 소요된다.
현대중공업은 일본의 WTO 제소에 대해 “이번 분쟁은 양국 정부 간에 이뤄지는 사안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