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경직성 임금체계 개편 없는 고용 연장 부작용 심각
청년 일자리 감소, 노사갈등, 일자리 양극화 등 우려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고용 연장’에 대한 검토를 언급하면서 현행 60세인 정년 연장 문제가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년 연장은 점차 심각해지는 고령화에 대한 대안일 수 있지만, 기업들은 인건비 급증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사안이라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청년 실업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극심해지는 상황이어서 고용 연장 이슈는 자칫 세대간 갈등의 씨앗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노인 일자리 강화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고용 연장’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발언이 내포하는 배경과 의미에 이해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계속고용제도’의 구체적인 방안을 2022년쯤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계속고용제’란 기업에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본식 제도다. 고용 연장 의무를 위반하면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고 각종 지원을 제한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법으로 의무가 부과되는 ‘정년 연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이 제도를 통해 사실상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계속고용제 방안 마련에 이어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정년 연장을 언급하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로 정년을 늘리면 고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재계는 특히 호봉제 등 임금 체제 개편,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없이 정년이 연장될 경우 부작용이 극심해질 것으로 경고한다. 늘어나는 정년 만큼 청년들의 채용이 감소할 수 있고, 동시에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간에 고용의 질이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노사갈등의 불씨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총액은 한정돼 있는데 기존 근로자 고용을 연장하게 되면 결국 신규직원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청년층의 구직난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저하나 인사적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부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