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당대출’로 제재·檢수사의뢰
상상인, 코링크·WFM에 20억 원 대출 제공…도피자금 의혹 불거져
상상인, 골든브릿지 인수 특혜의혹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의혹과 관련해 상상인저축은행을 재조사할지를 두고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김종오)는 법상한도를 넘어선 개인대출을 실행했다는 혐의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대표에게 각각 ‘기관경고’와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금감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12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 전 장관과는 무관한 사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안건이 금융위원회에서 최종확정이 돼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압수수색은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수사초기인 지난 9월 상상인 그룹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상상인저축은행과 계열사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코링크PE와 피투자기관 더블유에프엠(WFM)에 대출자금을 댄 경위를 조사했다. 상상인 측은 코링크PE 실소유주인 5촌조카 조범동(36·구속기소) 씨와 조 전 장관의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대출이 정상적 절차를 거쳐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WFM에 전환사채(CB)를 담보로 100억 원을, 코링크PE에는 20억원을 대출했다. 계열사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이후 올 8월 20일 WFM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해줬다. 당시 조 씨와 WFM 전 대표 우모 씨가 대출금을 받은 직후 해외로 도주해 법조계에서는 이 대출이 도피자금 아니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출형식도 대환대출이었다. 대환대출은 다른 은행에서 이미 빌렸던 돈을 또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금융거래를 뜻한다. 이 20억 원은 WFM이 상상인저축은행에서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 옮긴 대출이었다.
또, WFM에 대한 CB담보 대출이 이뤄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상상인 측이 골든브릿지증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상상인그룹이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하면서 조 전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주주 적격심사가 중단됐던 상상인은 지난 1월 골든브릿지 증권 인수구조를 변경해 두달 뒤인 3월 금융위 승인으로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상상인그룹의 최대주주인 유준원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로 활동해 인수합병(M&A)을 통해 금융사업에 진출하게 된 ‘슈퍼개미’로 알려져 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입수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주식담보대출의 반대매매를 통해 회수한 금액은 170억 원으로, 전체 저축은행업계의 회수금액(284억 원)의 59.8%를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로 인해 상상인에서 대출을 받은 코스닥 기업들은 유독 경영상 어려움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상인저축은행의 대출방식과 골든브릿지증권 인수과정을 금감원이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2012년 스포츠 서울의 주가조작을 모의했다는 의심도 받았지만, 상상인 측은 서울남부지법 공판조서(증인신문 녹취록)를 공개하며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구속기소한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소환조사와 신병처리만 남겨두게 됐다. 정 교수가 기소된 만큼, 조 전 장관의 소환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최근 조 전 장관의 딸 조모 씨에게 부산대 의전원 6학기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근 압수한 조 전 장관의 금융계좌 기록을 정밀 분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