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17년. 세습 왕조가 대부분인 중국 역사에서 희대의 사건이 일어난다. 연나라 왕이던 쾌()가 왕위를 재상인 자지(子之)에게 넘긴 ‘자지의 난(亂)’이다. 기원전 1046년에 세워진 연나라 700년 역사가 말 한 마디에 끊어진 셈이다.

업적탐욕의 비극 ‘자지(子之)의 亂’

과정은 이렇다. 자지의 부하인 녹모수(鹿毛壽)가 어느 날 쾌에 말한다.

“요(堯) 임금은 자기 아들이 아닌 순(舜)에게 왕위를 양보한 덕분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자지에게 선위하시면 요 임금과 같은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놀기 좋아하는 데다, 이미 나이가 많았던 쾌는 이 말에 넘어간다. 놀기만 하고서도 역사에 이름은 남기고 싶은 허황된 욕심이 아니었던가 싶다. 게다가 쾌는 기원전 320년에 즉위와 동시에 자지를 최고관직인 ‘상국(相國)’에 임명할 정도로 이미 신임이 깊었다.

자지는 쾌의 부왕인 역왕(易王) 때 이미 재상에 오른 전문관료로 추정된다. 사료는 ‘키가 8척에 달하고 비대했지만, 동작은 민첩했다. 결단력이 있었고, 다른 신하들을 잘 관리감독 해 왕의 신임을 얻었다’고 기록한다.

만약 자지의 통치가 성공적이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지 모른다. 그런데 자지 등극 이후 연나라는 무리한 개혁으로 피폐해진다. 쾌의 아들인 태자는 반란을 일으킨다. 자지는 이 반란을 진압하지만, 제(齊)나라의 침공을 막아내지 못한다. 백성들이 자지를 돕지 않고 철저히 외면한 까닭이다. 자지는 제군(齊軍)에 사로잡혀 처형당한다. 결국 쾌의 선택은 착각이고, 오판이었다.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손을 잡았다. 민주노총은 노사협상을 하기도 전에 총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요구사항은 ‘재벌에게 세금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이다. 여느 해 같으면 ‘그러려니’하고 넘길테지만 올 해는 그렇지 못하다.

사내유보금 과세, 법인세율 인상 그리고 최저임금 상향 등 기업이 곳간을 털어야 한다는 논리는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꺼냈다. 오비이락인가? 정부는 대기업 사정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문제로 가뜩이나 노사관계는 초긴장 모드다. 그런데 기업들은 노조의 압력, 검찰과 국세청의 칼날, 그리고 재벌 때리기라면 일단 고소해하는 민심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집권 중반을 맞은 대통령이 업적에 갈증이 날 만 하다. 다음 대선의 전초전인 내년 총선 승리에 여권의 절박한 점도 이해가 간다. ‘경제 살리기’라는 정치적 성취 때문에 ‘기업사냥’을 하필이면 이런 어려운 시기에 꼭 벌여야 할까? 만약 지금의 기업사냥이 효과보다는 부작용만 큰 잘못된 선택이라면, 착각이라면 그 후폭풍은 누가 감당해야 하나. ‘자지의 난’을 곱씹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