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상의 힘이에요!”(에릭)

‘또 오해영’의 남자주인공 에릭은 한동현 촬영감독에게 이런 말로 감사인사를 한다. 여주인공 서현진도 “대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보다 훨씬 좋게 만들어진 것은 송현욱 감독님과 한동현 촬영감독님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미 익숙했던 얼굴의 두 배우는 브라운관 입성 10여년 만에 ‘로코킹’, ‘로코퀸’이 됐다.

“‘또 오해영’ 촬영에 들어가기 전 2주 동안 에릭과 서현진이 나온 드라마를 모조리 봤어요. 남녀 주인공을 담을 때 가장 중요한 건 각도거든요. 2주 동안 두 사람의 작품을 계속 보면서 어떤 각도가 좋은지 연구했죠.”

[‘또 오해영’ 촬영감독①] “에릭, 카메라 담기 정말 힘들었다”

‘로코’ 물에선 남녀 주인공이 한 화면 안에서 얼마나 최상의 그림을 만들어내느냐, 각각의 주인공에게 시청자가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 배우들의 감정을 시청자가 얼마나 전달받을 수 있느냐는 필수라고 한다. ‘또 오해영’ 성공의 절반은 카메라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있었다.

한동현 감독은 “요즘 시청자들은 눈높이가 높다. 배우와 대본도 중요시하지만, 완성도 높은 연출과 영상을 꼼꼼히 따진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 때문에 시청자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소위 말하는 ‘때깔’ 좋은 영상, 안성맞춤의 촬영지, 연기자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장면들이 드라마로의 몰입을 높인다.

일주일에 6일을 촬영하고, 딱 하루 쉬는 날인 지난 화요일 오후 한동현 촬영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또 오해영’ 속 영상미의 비밀이 한 감독의 감각에서 나왔다.

[‘또 오해영’ 촬영감독①] “에릭, 카메라 담기 정말 힘들었다”

한동현 촬영감독은 업계의 베테랑이다. 1994년 현장에 발을 들여 KBS에서 20년간 일했다. 손지창 오연수 주연의 ‘일요일은 참으세요’를 시작으로 인기 주말극을 섭렵했다. ‘내 딸 서영이’, ‘왕가네 식구들’ 등 시청률 40%를 넘나들었던 주말드라마들이 한 감독의 손을 거쳤다. ‘사춘기 메들리’는 물론 실험적인 소재, 감각적인 영상과 연출로 호평받는 드라마스페셜도 한동현 감독과 함께 했다.

한 감독이 CJ E&M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이었다. 현재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송현욱 감독과 함께 KBS를 떠나 ‘연애 말고 결혼’, ‘슈퍼대디 열’에 이어 ‘또 오해영’까지 tvN 금토드라마의 ‘로코’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멜로의 경우 본능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는 경우가 많죠. (웃음) 심리적인 부분이지만 연기자들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커트를 많이 써요. 손, 발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자의 세세한 감정을 카메라에 잡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또 오해영’ 촬영감독①] “에릭, 카메라 담기 정말 힘들었다”

삼청동 골목길에서 태어난 드라마 사상 가장 격렬했던 ‘벽키스’, 굳게 닫힌 에릭의 방문을 마주 앉은 서현진이 ‘심심하다’면서 눈물로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던 장면, 갈대밭에서 자신의 감정을 헤어려가던 에릭의 모습은 한 감독이 꼽는 그 미세한 감정들이 가장 잘 전달된 장면이다.

사실 드라마의 영상은 촬영감독의 감각과 노하우가 8할이다. 아무리 똑같은 장비를 써도 배우들의 감정과 드라마의 스토리를 아우르는 영상이 나오지 않으면 시청자의 몰입도는 떨어진다. “드라마의 톤과 앵글의 표현에 따라 같은 드라마도 달리 보이는 것”이 바로 촬영감독의 노하우다.

[‘또 오해영’ 촬영감독①] “에릭, 카메라 담기 정말 힘들었다”

한동현 감독은 ‘또 오해영’ 촬영을 위해 손수 세팅한 카메라를 사용한다. 알렉사, 아미라 카메라에 캐논 렌즈를 쓰고 엔틱 필터를 써서 “옐로우 색상을 넣었다”고 한다. “조명에도 노란색을 약간 섞었다”. 드라마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따뜻한 톤”을 내기 위한 노하우였다. 때문에 시청자가 만나는 ‘또 오해영’의 영상은 기존의 드라마와 달리 후반작업의 보정을 거치지 않는다. 한 감독이 촬영한 그대로의 영상이 드라마가 된다.

한 감독은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도와 장소라고 한다. 제작진이 드라마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을 찾으려 수십 군데를 돌아다니는 이유다. 섭외팀이 따로 있지만, 최종 결정은 한 감독과 송현욱 감독이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결정한다.

“장소의 경우 발품을 파는 일이 많죠. 대본, 드라마의 영상에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장소가 잘 잡혀야 그 안에 서는 배우들의 앵글도 잘 표현할 수 있어요. 시간은 촉박한데 장소가 마음에 안 들고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난감하죠.”

장소를 배경 삼아 배우들을 담아내는 기본 토대는 ‘대본’에 있다. “일차적으론 대본을 보면서 연구해요. 사실 본능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연기자들의 감정과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을 다양한 앵글로 표현해야 하니 멜로의 경우 특히나 여러 각도에서 찍는게 좋아요.”

[‘또 오해영’ 촬영감독①] “에릭, 카메라 담기 정말 힘들었다”

한 감독은 하지만 한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고집했다. “두 세대의 카메라로 촬영을 하게 되면 여러 각도가 담길 수 있지만 카메라 한 대로 조명과 각도를 정확하게 잡아내면 손해가 없어요. 가장 예쁘고 멋있는 얼굴을 보여주면 되는데 2 ~3대가 돌아갈 경우 연기자들이 손해를 보죠.”

한 감독이 촬영 전 에릭과 서현진의 이전 작품들을 꼼꼼히 살피며 연구를 거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베테랑 감독에게 ‘또 오해영’ 촬영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남자주인공 에릭이었다.

“에릭의 경우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많이 달라요. 어떤 각도에선 매력이 잘 살아나지 않을 때가 많죠. 초반엔 나쁜 남자이면서, 차가워 보이도록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게 에릭을 잡는 거였어요.”

[‘또 오해영’ 촬영감독①] “에릭, 카메라 담기 정말 힘들었다”

“무조건 멋있는 남자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각도를 연구한 끝에 태어난 장면들은 ‘또 오해영’의 상징처럼 각인된 에릭의 사이드컷이다. “몇 번을 여러 각도로 잡아보니 사이드 부감으로 잡거나, 위에서 찍는게 어울리더라고요.”

서현진의 경우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매력, 사랑스러운 오해영을 표현하는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한다. “서현진의 경우 왼쪽 사이드 각이 좋더라고요. 두 사람 모두 옐로우 톤이 잘 어울렸던 거죠.”

다수의 작품을 통해 수많은 배우들을 만났지만 한동현 감독에게도 에릭은 그의 작업방식과 원하는 그림에 가장 잘 맞는 배우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사람은 배우 박해진이다. 두 사람은 2007년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으로 처음 만났다. “신인 때나 최고의 배우가 된 지금이나 변함없는 마음을 가진 친구다. 카메라 앵글에서도 편안함과 친근함이 들어 좋다”고 말한다.

에릭은 힘들었던 만큼 보람이 큰 배우다. “처음엔 카메라로 잡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각도만 잘 잡으면 멋진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에릭은 영상의 힘이라고 얘기하고, 사람들은 ‘에릭이 멋져 보인다’고 문자를 많이 보내요. 드라마의 톤, 카메라의 앵글, 배우의 조화가 잘 맞은 거죠.”

shee@eh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