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사가 벼랑끝 대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기준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행에 앞서 구성원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지 않은 한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한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민간부문까지 확대해 내년부턴 노동시장 전반에 성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시기를 명시하면서 노사 간 갈등은 더욱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정부가 6월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밝히면서 성과연봉제가 내용보다 ‘도입’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사 간 갈등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개인성과를 평가할 명확한 평가기준이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성과주의 확산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을 강행하는 걸 문제삼는 것”이라면서 “각종 부작용이 눈에 보이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설명도 없이 밀어부치고 있어 노조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3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의 주요쟁점과 과제’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직원 및 공공기관의 성과향상 유인책인 성과연봉제가 도입·정착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시스템 구축과 함께 직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깜깜이’ 기준은 민간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17개 은행을 포함해 27개 금융기관을 회원사로 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와 성과연봉제 평가기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추진했지만 금융노조의 거부로 구성조차 못했다.
개별 은행별로 개인성과 측정을 위한 기준을 강구하고 있지만공정성 시비와 노조의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내려면 직원간 차등을 만드는 과정이 직원들에게 납득 가능해야 한다”며 “평가지표를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노동자들과 먼저 논의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조의 우려는 성과를 평가하는 방법을 공정하게 만들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방법 마련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킨다든지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합의가 아닌 강행이라는 점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압도적인 반대가 나왔음에도 이사회 의결, 동의서 징구 등의 방식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조의 반발은 물론, 향후 효력에 대한 법적분쟁 가능성도 커 노사 간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는데, 산하 공기업으로서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없지 않냐”며 “정작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인 금융당국과 금융노조는 빠진 상태에서, 결정권도 지니지 않은 금융공기업 사용자측만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도입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과연봉제를 합리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서로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상호 주관적 평가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자율적인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무늬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보여주기 식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