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 때 美 이민… 2년 전 벤처 설립 50년 역사 英 명품 오디오업체 인수 야후·페이스북CFO 등 화려한 경력 LS家 구본웅 설립 포메이션그룹 고문도
50년의 역사를 지닌 영국 최고급 오디오업체 바워스앤윌킨스(B&W)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직원 50여명의 작은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에 인수됐다. 보통 역사가 오래된 큰 회사가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해 혁신적인 요소를 접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계약은 설립된 지 2년 된 스타트업이 명품 기업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주인공은 ‘에바 오토메이션’(EVA Automation). 한국계 벤처투자가 기디언 유(44ㆍ한국명 유기돈)가 설립한 업체다.
페이스북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기디언 유는 2014년 2억 달러(약 2350억원)의 투자를 받아 실리콘밸리에서 에바 오토메이션을 설립했다. 이 기업은 음향ㆍ영상 관련 음성인식 시스템 등을 개발해 왔으나, 아직 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없다. 제리 양 야후 창업자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약 50명의 직원은 대부분 애플과 모토로라 출신이다.
기술기업 투자가인 기디언 유는 사실 스포츠 업계에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최고 인기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의 구단주에 올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2012년 2월 샌프란시스코 연고의 NFL팀인 포티나이너스(49ers)의 사장 겸 공동구단주가 됐다. 스탠퍼드대 산업공학·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기디언 유는 야후와 페이스북 등 주요 IT 기업에서 일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은 글로벌 기술업계의 유명인사다. 야후의 재무책임자 겸 재정담당 선임부사장(SVP),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CFO, 코슬라 벤처스 제너럴 파트너 등을 지냈다. 주요 매체들이 파악한 기디언 유의 자산은 5억 달러에 이른다.
아직 출시한 제품도 없는 작은 회사 에바 오토메이션이 B&W을 인수한 이유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에바 오토메이션이 보유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미디어 재생 기술에 B&W의 정교한 음향 기술을 결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디언 유는 인수계약 이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이번 인수로 B&W의 고품질 브랜드·제품과 에바오토메이션의 기술·비전을 결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966년에 설립된 B&W는 오디오ㆍ스피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명성을 쌓아온 음향전문 기업이다. BMW 7시리즈 등에 오디오 시스템를 공급하는 회사로 유명하며, 노틸러스 시리즈의 경우 소매가격이 6만 달러(약 7000만원)에 달한다. 스피커 외에도 로텔, 클라세 등의 브랜드로 앰프 등도 생산하며, 임직원 수는 약 1100명이다.
인수 이후 두 회사는 B&W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운영된다.
기디언 유는 통합 B&W 회장(executive chairman) 자리에 오르고, B&W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조 앳킨스는 통합 B&W의 CEO를 맡는다. B&W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는 앳킨스는 통합 B&W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유지할 예정이다. 인수 금액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외신에서는 B&W의 기업가치를 1억7500만 달러로 추정했다. 인수자금 수억 달러는 에바 오토메이션의 투자자들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투자금 중 상당수는 기존 투자자인 포메이션그룹에서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가(家)의 장손인 구본웅(36) 씨가 2012년 공동설립한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은 수년간 여러 차례 높은 투자수익을 거둬들였으며 지난해 말 포메이션그룹으로 개편됐다.
포메이션8이 1250만 달러를 투자한 가상현실(VR) 기기업체 오큘러스VR의 경우에는 2014년 3월 페이스북에 매각되면서 투자액의 10배에 달하는 1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대박’으로 단숨에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군 복무를 마친 구본웅 대표는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와 MBA를 졸업했다. 기디언 유는 스탠퍼드대 동문인 구본웅 씨가 이끄는 벤처캐피털 포메이션그룹에서 수석 고문(Senior Advisor) 역할도 맡고 있다.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