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외모도 스펙도 내세울 것 없는 여자 주인공. 뭐하는 잘 되는 일 없이 꼬이기만 한다. 망가지는 장면들도 예사롭지 않다. 연애도, 일도 엉망진창. 자신의 삶을 한탄할 무렵 잘 생긴 남자의 구원이 기다린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 드라마의 시놉시스다. 최근 시작한 tvN ‘또 오해영’도 이 뻔한 연애이야기를 착실히 따르는 드라마다.
‘또 오해영’의 여주인공은 오해영은 학창시절부터 주목 받지 못하는 평범한 여자다. 도무지 잘난 게 없는 ‘보통’ 여자는 설상가상 결혼식 하루 전날 차이는가 하면 승승장구하는 동기들과 달리 회사 승진에서도 번번이 미끌어 진다. 뭐 하나 되는 일 없이 망가지기를 거듭하는 여주인공 앞에는 역시나 왕자님은 등장한다.
뻔함에도 불고, ‘또 오해영’은 로코계의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또 오해영’은 4회 만에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 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 날 방송은 평균 시청률 4.2%, 최고 시청률 4.6%(전국기준, 유료 플랫폼 가구 대상, 닐슨 코리아 제공)을 기록했다.
‘또 오해영’의 성공비결을 로코에서 찾는다면 오산이다. 이제껏 이와 비슷한 스토리의 로코는 많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또 오해영’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건 여주인공의 캐릭터다. 여주인공 오해영은 자신과 이름만 같고 모든 걸 다 가진 금수저 ‘금해영’과 평생 비교 대상이 된다.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은, 심지어 회사 상사로 다시 만나게 되는 금해영은 오해영의 콤플렉스이자 걸림돌이다.
금해영과 달리 흙해영은 예쁘지도 않고 가진 것도 없으며 잘나가지도 못한다. 이른바 ‘흙수저’의 대표주자다. 흙수저를 자처하는 수 많은 시청자들은 흙해영에게 공감하고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오해영’이 건드린 건 이른바 ‘수저 담론’이었다. ‘흙해영’와 ‘금해영’이라는 설정은 시대의 공감대에 제대로 적중했다.
단순히 흙해영이기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좌절하다가도 바보 같을 만큼 바로 일어서고 웃음으로 털어내는 흙해영의 모습 때문이다. 흙수저임에도 불구 흙해영은 절망하지 않다. 힘든 시련에 무너지지 않고 일어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웃픈 상황으로, 무자비하게 망가지는 모습으로 흙수저 인생을 헤쳐나간다. 흙수저 성공기는 다른 의미의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셈이다. 시청자들이 흙해영에 웃고 울고 또 응원하는 이유다.
이영미 드라마평론가는 “시청자들은 자신의 경험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또 오해영’이 지금까지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뻔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당대의 이슈나 경험을 빠르게 캐치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현실을 건드려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오해영’의 흥행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이유를 찾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오해영이라는 인물이 가진 직업이나 성격, 배경 등에서 만들어지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이 캐릭터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