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광주)=박대성 기자] 호남고속철도(KTX) 1단계 개통 이후 광주.전남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미있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광주전남연구원과 무등일보 주최로 3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세미나에서 호남선 KTX 개통 이후 광주송정역은 업무차, 여수엑스포역은 ‘밤바다’ 여행손님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앞서 지난 달 24∼29일 광주·전남 KTX 경유역 5곳(광주송정·나주·목포·순천·여수엑스포역) 이용객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4.38%) 결과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해 4월 개통된 호남고속철도는 지난해 연말 기준 하루평균 2만4000명이 이용해 서울-광주를 오가는 시간이 크게 단축돼 접근성이 강화되고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관련사업을 부흥시키는 순기능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쇼핑과 의료, 교육 등으로 대변되는 서울로의 쏠림현상, 이른바 ‘빨대효과’ 우려와 인구감소, 스쳐가는 관광지 등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호남선과 전라선 KTX 개통 이후 광주는 고속버스와 공항을 제치고 서울-광주행 업무와 출장용도로 가장 많이 애용되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이후 수도권행 탑승이 나주에서는 47.7%, 광주송정역45.5%로 왕래가 빈번한 반면 여수(72%)와 순천(64%) 방면 고속철도는 대부분 관광과 휴가를 위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조사결과 우려했던 ‘빨대효과’는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광성 전남대병원 의대 교수는 토론에서 “지난해 외래환자는 전년대비 2.4% 감소했고, 입원환자도 0.4% 감소하는 등 작년 여름 메르스사태를 고려하면 KTX 개통으로 인한 서울로의 환자유출은 미미했다”고 자체분석했다.

전대병원은 환자의 서울유출에 대비, 그간 TF팀을 구성해 본원에서는 중증 및 응급환자를, 화순전남대병원에서는 각종 암진료로 특성화를 꾀해 왔다.

박 교수는 또한 “설문조사 결과 중증질환 환자들이 서울로 갈 것이라고 했는데, 하지만 질환치료나 종합검진때문에 서울로 가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에서도 ‘명의(名醫)’를 배출해야 한다”며 “고령화가 될수록 전남지역은 따뜻한 기온과 공기좋고 좋은 음식이 있어 유리한 환경이고, 국립의료시설이나 고령친화복합단지 등을 통해 빨대효과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려오는 환자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조상필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정차역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직.간접 파급효과가 발생하는데,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며 “호남고속철도 2단계 미개통 구간의 무안공항 경유에 대비한 유.불리 연구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구 코레일 광주본부 목포역 관리역장은 “최근 7개월간 승객집계 결과 고속열차 개통으로 렌터카 이용객이 80%나 증가했다”며 “대중교통도 중요하지만, 자유여행자의 경우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므로 광주나 나주, 목포, 순천, 여수는 렌터카 셰어링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KTX는 속도가 빠른만큼 야간에 즐길 프로그램이 없으면 관광객이 머물지 않고 (서울로)돌아갈 수 밖에 없다”면서 “야간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광주의 경우 지하철, 시티투어, 순환버스, 택시, 좌석버스 노선, 렌터카, 이런부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유통업계는 KTX 개통 이후 서울로 쇼핑객이 많이 떠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역외매출 현황을 설명했다.

박인철 광주신세계 부장은 “우리백화점을 이용하는 신용카드 빅데이터 고객매출을 산출해보니 2013년 700억, 14년 800억, 지난해 914억원이 서울본점이나 강남점, 센텀점 역외매출이 나왔고 타사백화점까지 합하면 역외매출이 한해 1400억원이 넘을 것”이라며 “터미널 같은 집객장소에 면세점이나 특급호텔, 백화점 같은 규모의경제가 뒷받침돼야 쇼핑 역외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정 국토연구원 국토인프라연구본부장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1시간40분에 여주아울렛에 가는데, 이정도 시간이면 서울-광주 거리와 비슷해 광주에 전국의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측면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택 전남교육정책연구소장은 “빨대효과를 확대할 필요도, 장밋빛 전망으로 부풀려서도 안된다”며 “지역 교통망과 연계해 지역문화관광자원으로 특화하는 노력이 병행돼 경쟁력 갖춰야지 개통만으로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이어 “공교육의 경우 서울에서 우수강사를 모실려면 예전에는 하룻밤을 묵었는데 KTX 개통으로 당일 초대할 수 있게 됐다”며 “사교육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5~10년 내에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빨대효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길 호남대 교수(토목환경공학과)는 “대구에서 KTX 개통이후 큰 변화가 없다고 하는데 내부적으로는 질적으로 이미 ‘빨대효과’가 나오고 있다. 호남선 KTX 광주로 오기 전에 익산에서 전라선 KTX타고 여수로 대부분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목포~제주간 고속철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전남의 관점인지, 전국의 관점인지 논점정리가 필요하고, 광주~대구 철도신설과 강원도까지 철도로 연결하는 미래철도축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진행한 이정록 전남대 교수는 “KTX 개통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다. 시간단축, 접근성, 연결성이 강화된 것이 첫 변화다”면서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속철도는 KTX 개통 전보다 승객이 3배증가했고 항공승객은 34% 감소했으며 서울행 고속버스도 11% 감소하는 등 고속철도 중심의 교통체계로 변화하고 있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끝맺었다.

토론회를 끝가지 지켜본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은 “통합이전에는 광주발전연구원은 광주만을, 전남발전연구원은 전남만을 연구했을 것”이라며 운을 뗀 뒤 “KTX 개통 1주년을 계기로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료와 함께 고민하면 지역민 기대에 보답하고 우리의 생각과 방향, 지평, 사고의 틀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토론의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