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잔고 55조원으로 4개월래 최고 호텔신라·한국항공우주 등 상위 포진 개미 신용대주거래로 반격, 영향 역부족 공매도 폐해 견제 관련법 국회 낮잠중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ㆍ저유가발(發) 쇼크로 주식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세력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개미들의 눈에 피눈물이 고이고 있다.
대차잔고는 4개월래 최고 수준인 55조원으로 높아졌다. 하루평균 공매도 금액은 4000억원이나 된다. 대내외 악재에 공매도까지 겹치며 손실이 커지자 개미들도 나름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더구나 공매도 폐해를 견제하기 위한 관련법들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고, 국민연금은 공매도에 사용될 주식 대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개미들의 눈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공매도 급증=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42조7300억원 수준이었던 대차잔액 규모규모는 지난 2일 54조800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 1일에는 55조원을 넘어서며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한달여 사이 12조원 가량이나 대차잔고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대차잔고는 기관투자자 또는 외국인이 국민연금이나 보험사 등 장기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빌린 규모를 가리키는 것으로, 통상 공매도에 많이 이용된다.
때문에 대차잔고 증가와 공매도의 세기는 정비례 하는 경향성을 띈다. 떨어지는 주가를 더 가파르게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공매도인 것이다. 하루 평균 공매도 액수도 올들어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매도로 증시에서 매각된 자금 규모는 246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올해 1월에는 4090억원 규모로 늘었다. 공매도 비중도 지난해 12월 3.45%에서 올해 1월에는 4.84%로 급증했다. 증시 하락을 예상하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앞장서서 빌린 주식을 팔아치우자 주가 급락 상황도 재연되고 있다.
올들어 금액기준으로 대차잔고가 가장 크게 늘어난 종목은 호텔신라로 모두 1조2570억원 어치의 주식이 대차잔고로 집계돼 있다. 호텔신라 시총(2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압도적 물량이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집계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항공우주(6641억원)와 삼성중공업(6184억원), SK하이닉스(5935억원) 등도 대차거래 잔고 상위 종목으로 포진해 있다. 이들 종목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개미들 반격 움직임= 상황이 이렇자 뿔난 개민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적극적 움직임은 신용대주거래를 통해 개인들도 공매도로 수익을 얻겠다는 움직임이다.
지난 1월 신용대주 거래 잔약은 270억원대로, 지난해 12월(172억원)대비 50% 넘게 급증했다. 신용대주 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주식 투자법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 분석이지만, 하락장을 예상한 개미들의 적극적 대응이 신용대주 거래 증가로 표면화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방어적 공매도 대응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을 옮겨 담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차 서비스를 하지 않는 KB투자증권으로 이관된 셀트리온 주식은 모두 2764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LIG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도 35만주와 10만여주의 셀트리온 주식이 이관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투자 동호회가 주도한 이같은 주식 이관 움직임은 주식 대여를 하는 증권사들에 대한 항의 차원 성격이 짙다.
▶관련법은 ‘낮잠’= 상황이 이런데도 공매도 투명화를 위한 법안과 국민연금공단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관련법안들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공매도 공시를 의무화한 관련법(자본시장법개정안)은 여야간 쟁점 법안으로 묶여 3년째 공회전 중이다. 공매도 공시제가 시행되면 모든 투자자들은 공매도 물량이 전체 발행주식의 0.5% 이상일 경우 공매도 잔고를 공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기관이 어떤 종목의 주식을 빌려놓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이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법안(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민연금의 반대에 가로막혀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여해 얻는 수익은 2010년 166억원, 2011년 140억원, 2012년 244억원, 2013년 252억원, 2014년 28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수익이 늘어난 것은 주식 대여 규모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법안을 발의한 홍문표 의원실 황선용 비서관은 “국민연금측이 강하게 반대를 해 소위 상정에서도 후순위로 밀렸다.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4월이 총선이라 이 법안은 곧 자동폐기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투자자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여하면 공매도에 활용된다. 이자수익을 노리고 주식을 빌려주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 소탐대실”이라 비판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