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모든 것의 최첨단에, 그리고 늘 깨어 있어야”

"난 DNA부터 ‘창의성’ 이란 불수의근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 예술·상업 경계서 딜레마 없어…세상과도 적극적 소통해야"

필립스탁, 카림라시드와 함께 세계 산업디자인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아릭 레비(Arik Levy)가 오는 10일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에 연사로 나선다. 아릭 레비의 대표작인 바위(Rock) 시리즈는 메탈 소재를 자유롭게 활용, 바위의 무게감과 부피감을 생생하게 재현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업디자인에 혁신적인 신기술을 도입해 ‘테크노 시인’으로도 불린다. 오브제, 제품, 무대, 인테리어 등 종횡무진하며 활동 분야를 넓히고 있는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먼저 만나봤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세계 산업디자인 3대 거장 아릭 레비 인터뷰

아릭 레비는 자신을 ‘창의성 이란 불수의근(不隨意筋: 내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디자이너에게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예술과 상업의 경계란 무엇인가? 예술과 상업의 균형이라는 지점에서 딜레마를 겪은 적이 있는가?

A: 딜레마는 없었다. 예술과 상업 모두 멋진 분야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엔 작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발생하느냐,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다. 예술과 디자인은 다른 문제다. 예술은 예술이고 디자인은 디자인이다. 예술과 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훨씬 넓고 복잡하고 거대한 의미를 지닌다.

Q: 좋은 디자인과 좋은 디자이너란? 과거랑 비교해서 개념이 달라졌는가?

A: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디자인에서는 개념이 달라지지 않았다. 좋은 디자인이란 산업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과 다른 모든 문제들에 대해 ‘핵심’으로 답하는 것이다.

좋은 디자이너 개념은 확실히 달라졌다. 작업방식과 소통방식이 급진적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작아졌고,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퍼진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모든 것의 최첨단에, 그리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디자이너는 캡쳐하고, 소통하고, 연결하고, 창조하고, 분석하고, 반응해야 한다.

Q: 지금까지 작업한 것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는?

A :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내 디자인 스투디오(아릭 레비 아트 디자인 스투디오, 파리 소재)다. 가장 어려운 작업은 어떤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와 함께 즐겁게, 매일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그들의 꿈을 함께 실현하고자 하는 공동체다. 사실 세상이란 ‘사람’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20~30년 이상 같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늘 새롭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과 아닐까.

Q: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A: 많은 프로젝트가 있다(다행히도!). 조명에서 가구까지, 장난감에서 사무실과 집, 호텔, 레스토랑의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세계 산업디자인 3대 거장 아릭 레비 인터뷰

Q: 가구, 패션, 가전,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했다. 한가지 분야만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A: 나는 DNA부터 창조적이고 본능적이며 불수의근에 의해 지배되는 사람이다.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아, 그건 안될 일이다. 이게 내가 누구인지 나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완전히 ‘함몰’ 되어야 하고 일이 삶의 일부가 되어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Q: 여러 한국 기업들과 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경험에 비추어 한국 기업들의 강점과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한국 기업과 일할 기회를 가졌다. 지금도 하고 있다(웃음). 지난 30년 동안 한국 산업의 발전을 보자면 한마디로 ‘놀랍다’. 나의 조국 이스라엘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한국 기업과 일할 때 힘들었던 점은 문화 격차에서 기인한 소통의 어려움에 있었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연속적인 상호 발전도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하지만 한국 기업들과 일하는 것은 즐겁다.

Q: 미래에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 기업이 있는가?

A: 물론이다. 연속적으로 상호발전을 위해 장기간 협업에 열린 기업이라면 어떤 기업이든 좋다. 어떤 분야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TV, 자동차, 인테리어, 제품 혹은 다른 디자인 카테고리 무엇이라도 상관 없다. 헌신과 참여가 중요하다.

Q: 디자인이 플랫폼으로 다른 산업을 통합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의 슬로건이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가? 이 개념에 맞는 자신의 경험이 있는지?

A: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디자이너들이 매일 하고 있는 일이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