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 사고로 총기규제논란 가열 테러보다 총기사망자 700배 많아 트럼프 “총기보다 정신질환이 문제” 언론 “총기소지량과 사망자 정비례” 총기규제냐 사람규제냐 의견 분분
10명이 숨진 미국 오리건 주(州) 엄프콰 커뮤니티 칼리지 총기난사 사건으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치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보다 총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700배나 많다보니 대선 주자들도 이 문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총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 내 총기구입은 계속 늘어, 미국인 개인들이 가진 총기는 모두 2억 7000만 정으로 세계 4위인 인도네시아 보다 인구를 넘어섰다. 총이 다시 총을 부르는 악순환인 셈이다.
▶‘테러’ 대신 ‘총기’와 전쟁 치러야 하나=헤럴드경제가 5일 미국 질병통제관리센터(CDC)와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 연방수사국(FBI)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기에 살해당한 미국인은 1만 2563명에 달했다. 반면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GTB)에 따른 미국인 희생자 수는 18명에 그쳤다.
지난 2001년 9ㆍ11테러와 탄저균 사태로 인해 299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 테러에 의한 미국인 희생자는 감소해 연간 20명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총기 희생자는 10년간 연간 10만 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총기 난사 문제는 세계 여느 국가와 비교해봤을 때도 이례적이다. 국제연합(UN)의 자료를 참고한 가디언 지는 2012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에 의한 희생자 수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총기희생자 수보다 6배가 많으며, 스웨덴보다는 7배, 독일보다는 16배가 많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인구는 세계의 4.43%이지만, 세계 총기의 42%를 미국인이 개인적으로 소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이 문제’vs.‘사람이 문제’=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NYT는 미네소타 주 교정국 범죄학자인 그랜트 듀의 연구자료를 인용, 160건의 총기 난사 중 2건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남성에 의해 발생했으며, 대부분 독신이거나 별거 상태에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총기 난사범의 61%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거나 관련 증세를 보였고, 이들 다수가 백인 남성이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 과연 총기를 규제해야할 지 사람을 규제해야할 지 의견이 분분하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총기 사건을 두고 “총기보다는 정신 질환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수매체 폭스뉴스(FOXnews)는 총기는 치안을 목적으로 소지가 허용돼야 한다며 대학 내 총기 소지를 금지한 학교에 소송을 건 미주리 주 법학박사의 주장을 인용했다.
미국 진보성향의 온라인 매체 ‘마더존스(Mother Jones)’는 총기 소지량과 총기에 의한 사망자 수는 정비례관계를 증명하는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하버드 대학 공중보건 생리학의 데이비드 헤멘웨이 교수는 “미국 통계자료만 보더라도 총기 소지률이 높으면 높을 수록, 총기살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인과관계는 증명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