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軍 경계태세는 北 움직임 보고 판단

이번 남북 대치국면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 대북 위협수단은 ‘대북 확성기’였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나섰던 북한 측이 강하게 주장했던 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다.

이번 남북의 합의로 일단 11년 만에 부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다시 사라진다.

국방부는 “고위급 합의의 후속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25일 정오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의 대응조치로 재개된지 15일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멈추지만…장비는 유지한다
국방부는 “고위급 합의의 후속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25일 정오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의 대응조치로 재개된지 15일 만이다. 사진은 전방에 설치된 대북확성기 모습. [사진제공=국방부]

하지만 군은 일단 군사분계선 일대 11곳에 설치된 확성기 방송장비의 철거는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 당국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최고 경계태세 조정문제는 북한의 준전시상태 해제와 최전방 전개 부대의 원위치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군은 대통령의 통수지침과 적의 위협 변화를 고려해 대비태세를 더욱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집요하게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전방 북한 군인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사상까지도 동요시킬 수 있는 확성기 방송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북한 정권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하루에 8시간 정도 진행됐다. 다만 설치된 11곳이 모두 동일한 시간에 방송을 하지는 않았다.

방송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홍보’, ‘대한민국 발전상 홍보’,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의 4개 분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 가장 핵심이다. 우리 군이 최근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을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인 남한의 대중가요 방송도 신세대 북한 장병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 2004년에도 ‘무박 3일’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던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은 물론, 확성기 장비 철거까지 합의했던 바 있다.

당시 북측은 확성기 철거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숙원 사업’이라는 의사까지 밝히며 강력하게 요구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