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충돌 위기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나흘 동안의 마라톤 협상 끝에 평화적 해결과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경제를 짓누르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해소돼 경제심리도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ㆍ경제불안과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에 따른 대외불확실성으로 신흥국들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는 등 대외여건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여기에 수출과 내수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경제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으로선 남북관계 리스크라는 중대한 고비를 넘겼지만, 기존의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아 여전히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남북협상 타결은 최근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경제계를 압박하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수출이나 내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만큼 실질적인 경제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나, 경제주체들 사이에 긍정적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에는 상당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긴장상태를 지속하면서 악화된 부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대외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를 부를 만큼 좋지 않은 중국경제의 불안과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 안전자산으로의 글로벌 투자자금 이동으로 인한 신흥국들의 금융위기는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3대 대외불안 요인이다.
특히 신흥국들의 위기가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올 들어서는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및 러시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금융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적인 경제여건도 불확실하다. 수출은 이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내수도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기업이익 감소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역(逆)자산효과가 발생, 저금리 효과도 상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과 공공 등 구조개혁은 이익집단의 반발로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노동개혁은 노동계의 반발로 노사정위원회를 다시 구성하지도 못하고 있고, 9월 정기국회에 이어 내년 4월 총선국면으로 넘어가면 그나마 남아있던 개혁동력마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성장잠재력 확충도 물건너 갈 소지가 크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운용 여건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으로, 이제 남북문제를 넘어 경제문제와 정면승부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