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기업들이 대규모 단체 행사 취소, 출퇴근 시간 조정 등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조치에 나섰다.
‘지옥철’ㆍ‘만원버스’ 등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원들이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성수동의 한 의류회사 직원 유모(27ㆍ여) 씨는 지난 1일부터 10시에 출근을 하고 있다. 당초 정해진 출근 시간은 8시 30분이었지만 메르스 감염자가 급증하자 회사에서 이같은 공지를 내렸기 때문이다.
회사 곳곳에도 손 세정제가 비치됐다. 회사의 이같은 조치는 그 동안 메르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사원들의 생각도 바꿔놨다. 적잖은 사원들이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또 다른 직장인 유모(30ㆍ여) 씨도 “당분간 회사에서 30분 늦게 출근하고 30분 늦게 퇴근하라고 했다”면서 “개인 손 세정제는 물론 출퇴근시 사용하라고 마스크도 나눠줬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에도 매일 사람으로 가득찬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출퇴근 길을 나설 수밖에 없다.
직장인 윤모(27) 씨도 “자가격리 중이던 사람이 버젓이 버스를 타고 골프장을 가고 있는 상황인데 출퇴근 시간에 메르스 환자가 지하철에 없단 보장을 어떻게 하냐”면서 “꽉 찬 지하철에 메르스 환자 한 명만 있어도 수십명이 감염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울며겨자먹기’로 택시나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임신부 함모(29ㆍ여) 씨는 “남편이 지난 월요일부터 지각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로 회사에 데려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로 여의도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박모(31) 씨도 “평소보다 버스가 한산했다”고 했다. 박 씨는 또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2일부터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자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 없는 직장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윤 씨는 “다들 마스크를 끼든지, 아니면 정부에서 나서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증편하든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무역회사 직원 유 씨도 출퇴근 시간 변경과 관련, “국가 차원에서 해줘야 할 일을 회사가 알아서 해주고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