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전투기 사업’ KAI 품으로
F4·F5 대체용 전투기 120대 개발…2025년까지 완료·2032년 실전배치 군수·사업관리 분야까지 확대…안보와 내수 동시에 살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성공을 판가름하는 것은 탁월한 재능만이 아니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재능이 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금언이다.
지난 30일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빛나는 건 그래서다. 체계개발에만 8조6000억원, 개발ㆍ양산에 또 18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 그래서 더 말도, 탈도 많았던 이 사업을 위해 KAI는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13년의 기다림…KFX 사업, 우여곡절 넘어 발진=방위사업청은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제8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AI와 대한항공 등 2개 업체의 입찰 제안서를 평가한 결과 KAI를 체계개발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FX사업은 공군의 F4, F5를 대체용 전투기 120대를 국내 개발하는 사업이다. KFX는 첨단 센서와 통합 전자전 시스템을 탑재, 정밀타격 능력과 전투생존성을 높인 4.5세대 이상 중간급 전투기로 개발된다. 개발 완료시점은 2025년이고 2032년까지 실전 배치가 마무리된다.
지난 2001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천명한 이후 10여년간 KFX 사업은 표류를 거듭해왔다. 정권이 3번 바뀌는 동안 사업타당성 평가만 7번이 넘게 이뤄졌다. 워낙 대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국방을 좌지우지할 중요 사업에 정부는 섣불리 덤비지 못했다.
▶자주국방을 위한 길, 착실히 실력을 기르며 기다려라=그러나 답답하고 지루한 이 시간을 KAI는 오히려 회사의 뿌리를 다지고 기술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1998년 국산 기본훈련기(KT-1)를, 2005년 고등훈련기(T-50)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KAI는 현재까지 총 129대의 항공기(KT-1 계열 77대, T-50 계열 52대)를 인도네시아, 터키, 페루, 이라크, 필리핀 등에 수출(약 32억 달러)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2012년에는 국내 최초의 경공격기(FA-50)을 개발했다.
KAI는 현재 T-50을 최소 350대이상 공급(약 10조원)하는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구매사업(T-X) 수주에도 나선 상태다.
이 과정에서 KAI는 설계부터 시제작, 항공기 생산 및 정비, 구조ㆍ계통ㆍ환경시험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인프라(보유 개발 소프트웨어 1000여종, 개발 하드웨어 700여대)를 구축했다. 국내 기술력이 뒤처진 것으로 알려진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의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자신감도 T-50의 비행제어ㆍ항전계통을 단계 독자개발한 경험에서 나온 ‘근거 있는 확신’이다.
아울러 KAI 지난해부터 1000여명의 추가 개발인력을 채용(기존 개발ㆍ기술인력 1300여명)하고, 동시공학 설계가 가능한 통합개발센터를 올해 완공할 예정인 등 인적ㆍ환경적 역량 확보에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안보’와 ‘내수’ 동시에 살리는 KFX사업, 잘못된 ‘방산비리’ 낙인 안돼=중요한 것은 KFX 사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항공산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KAI 측에 따르면 향후 KFX 사업을 통해 향후 항공기 개발ㆍ기술, 군수지원, 사업관리, 구매 등 전 분야에서 30만명 이상(연인원)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투기 양산까지 기대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총 90조원(산업 50조원, 기술 40조원)에 달한다. 만약 KFX가 1000대 판매(수출 포함)될 경우 파급 효과는 2~3배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투기에 대한 안정적 후속지원으로 가동율이 높아지고 운용유지비는 낮아지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무기체계는 한번 전력화되면 평균 20~30년간 유지되기에 국산화 개발 비율이 높을수록 정비나 성능 개량 등 후속사업에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
문제는 통영함 납품비리 등 해외 무기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가 엉뚱하게도 KFX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산 무기구입 비리가 방위산업 비리로 오인되면서 방산기업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며 “KFX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경계를 명확히 짓고 범정부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