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계기로 양자관계에 새로운 장(章)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외무부의 대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집권 시기에 탈레반과 트럼프 행정부 간 맺은 도하협정을 상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발키 대변인은 곧 들어설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 관계의 구체적 진전을 향한 현실적 조치를 취해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의 실질적인 정부로 공식 인정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입장 변화를 선도해달라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측과 만나 도하협정을 맺어 2001년부터 20년간 아프간에 주둔해온 미군 철수의 길을 열었다.
조약 체결에서 당시 친서방 성향의 아프간 정부는 배제됐다.
이어 트럼프 후임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2021년 8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탈레반과 당시 아프간 정부 간 휴전협정 체결과 같은 여건을 조성하지 않은 채 철군을 강행해 카불공항 폭탄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지고 탈레반의 카불 장악이 이어지도록 했다는 미 공화당 측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에서 바이든을 대신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이런 비판을 활용하기도 했다.
1996년부터 5년간 처음 집권한 탈레반은 미군 철수 직후 두 번째로 집권했지만, 여성 인권탄압 등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정부로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프간에선 트럼프 당선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아프간 의회 의원을 지낸 포지아 쿠피는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그가 당초 미군 철수를 결정한 점과 철군 후 들어선 탈레반 정부의 여성 인권 탄압을 비판하지 않는 점을 비판했다.
쿠피 전 의원은 “사업가인 그(트럼프)는 인구 절반(여성)에 대해 일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부인하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결코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