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국민담화 결정에 ‘반전’ 기대감
한동훈 ‘4대 요구’ 수용 여부 관건
수위 놓고 친윤·친한 물밑 신경전
담화 기점 당정관계 재설정 전망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결정과 관련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한층 거세진 거대야당의 공세, 임기 절반을 채우기도 전 경고등이 켜진 국정지지율 등 여권의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구체적인 수위를 놓고서는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의견이 엇갈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께서 최근의 여러 상황과 관련해 여러 채널을 통해 많은 말씀을 듣고 계신 것으로 안다”며 “국민들께서 궁금해 하는,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 또 각종 국정 현안 등에 관해 아마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 대국민담화를 갖는 방안 등을 검토했으나 여권의 여론을 수렴해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어제(4일) 대통령실에 다녀왔다”며 “(11월 말보다) 훨씬 이른 시점이면 좋겠고, 가급적 해외 순방 전에 기회를 가지시면 여러 상황에 관해, 국정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대표도 전날 대통령실에 관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국민담화를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22대 총선을 열흘 앞두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입장을 재확인했던 지난 4월1일이 주로 언급된다. 윤 대통령은 당시 증원 당위성과 의료개혁 의지에 방점을 찍었지만, 여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 내에서는 “국면을 빠져나오려면 국민들이 예상한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재선 의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내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은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눈이 올 때 빗자루를 쓰시는 스타일이 아니라, 한꺼번에 장비로 제설하듯 결단이 내려지면 거침없이 나가서 처리하시는 스타일”이라며 “국민들께서 납득하시고 충분히 이해하실 만한 조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한 대표의 요구가 얼마나 수용될지가 관건이다. 한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및 개각 단행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즉시 중단 ▷특별감찰관 수용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친한계 핵심 인사는 “대표의 요구사항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두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도부의 친윤계 핵심 인사는 “인적 쇄신은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 개각이 장난인가”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전략적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독소조항들은 삭제한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한 바 있다. 한 영남권 의원도 “대통령실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라면, 중립적인 특검 수사를 전제로 오히려 당당하게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민주당의 특검은 오는대로 막아야 한다”며 “특검은 일단 받고 나면 탄핵으로 가는 것”이라고 봤다.
당 내에서는 대국민담화를 기점으로 당정관계가 재설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도부의 한 친한계 의원은 “사과하는 듯 안하시고 ‘끝까지 가보겠다’는 느낌으로 말씀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마냥 희망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며 “대통령이 기자회견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되면 친한계가 다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