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검찰 특활비 삭감, 중요수사 하지 말란 것”
중앙지검장 탄핵 가결시 인사자체 무력화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야당이 특수활동비에 대해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하면서 검찰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80억원의 검찰 특활비 중 목적·금액·대상 등 그 필요성이 증빙되지 않는 항목은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중앙지검장 탄핵’까지 추진하면서, 현실화할 경우 주요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활비 용처 공개시 수사기밀 유출”
박성재 법무 장관은 이에 대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활비는 수사에 꼭 필요한, 필수 불가결한 예산”이라며 “이를 전액 삭감하는 것은 국민에게 절실한, 중요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들린다. 1년 (특활비) 예산이 1회 특검비용보다 적다”고 강조했다.
검찰 특활비는 법무부 예산으로 책정된다. 마약·첨단범죄·국민생활침해범죄·사회공정성저해범죄 등 범죄 분야별로 특활비가 배정되면, 법무부가 이를 검찰총장에게 내려 일선 수사 현장에서 활용하는 구조다.
다만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나 영수증을 남기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깜깜이’란 비판이 제기, 2017년 179억원이던 특활비는 올해 72억원까지 줄었다. 현재 특활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용일시와 금액만 공개하도록 돼 있지만, 민주당은 오는 6~7일 예산결산소위 전까지 검찰 특활비에 대한 증빙서류가 제출되지 않으면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겠다는 강경책을 냈다.
검찰은 난감함을 표하고 있다. 이미 특활비 예산이 줄어 일선에서 사비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활비가 삭감되면 압수수색이나 체포하러 나가서 소위 ‘뻗치기’하다가 드는 식비조차 사비로 내란 얘기”라며 “영수증 등을 다 밝히고 증빙할 경우 사실상 수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 관계자도 “위장거래, 불법도박 사이트 등 가입비용, 보이스피싱 첩보수집 비용 등을 모조리 공개하면 범죄자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게 돼 세세한 용처 공개가 불가하다”며 “특활비는 전체 검찰 비용의 0.6% 수준으로, 현재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특활비 삭감 등 검찰 예산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불거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공소유지’ 중앙지검 지휘 공백 불가피
여기에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에 대한 탄핵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 최대규모 검찰청으로, 수사 건수는 약 70% 이상을 차지하며 경찰청과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 수사도 지휘한다.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 유지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수사도 맡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달 28일 국회 본회의에 이 지검장 탄핵소추안을 올릴 예정이다. 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해 면죄부를 줬다는 이유다.
본회의에 올라가면 압도적 과반인 민주당 주도로 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가결되면 직무 수행은 즉시 정지되며, 앞서 소추된 현직 검사들 사례에 비춰보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1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검사의 인사 기간이 1년임을 고려하면 인사 자체가 무력화되는 셈이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의 수사와 공소 유지 업무는 큰 타격을 입는다. 행정 업무와 달리 수사 업무 특성상 검사장의 결심이 중요하고 강제수사 돌입 등에는 신속한 판단이 필수인데, 수장 부재로 적시에 결정하지 못하면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공소 유지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꼽히는 업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탄핵으로 1차장검사가 지검장 직무를 대리할 경우, 같은 직급인 2∼4차장 산하 공공수사부나 반부패수사부 사건까지 적극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