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조정으로 고소득층 혜택 집중, 소득 재분배 효과 약화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기획재정부가 올해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이 세수 감소를 유발해 재정건전성 악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제기됐다.
예산정책처는 상속·증여세 조정으로 고소득층과 고자산가에게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소득 재분배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세지출 관리가 미흡해 정부의 신설 및 확대 조세지출 항목이 축소·폐지보다 세수 감소를 더 크게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일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이 향후 5년간 총 19조5060억원의 세수를 감소시켜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목표로 상속·증여세, 소득세, 법인세 등 다양한 세목에서 세액 공제와 감세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속세·증여세 과세표준 최저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며, 자녀공제금액을 자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상속세 조정안이 포함된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세제지원 확대 등도 반영됐다.
예산정책처는 이러한 감세 기조가 상속·증여세에서 ▷20조1862억원, 소득세에서 ▷1조1296억원, 법인세에서 ▷6562억원의 세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상속·증여세의 감세가 재정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자녀세액공제 금액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가 1조9626억원에 달하며, ISA 세제지원 확대는 2313억원의 세수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예산정책처는 특히 상속·증여세 조정으로 인한 세부담 감소가 주로 고소득층과 고자산가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재산 10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에서의 세율 인하 효과는 4.7~9.0%포인트(p)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정책처는 "금융소득과 상속 자산에 대한 세 부담 완화는 고소득층에 큰 혜택을 제공하게 되어 조세의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조세지출 관리 노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특히 일몰 없이 유지되는 사회복지·보건 분야 조세지출 항목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2024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조세지출 정비 항목이 총 49건에 이르지만, 신설 및 확대 항목(34건)으로 인한 세수감소 효과(▷3조6887억원)가 축소 및 폐지(15건)에 따른 세수 증가 효과(3조4915억원)를 상회해 1972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며 보다 과감한 조세지출 통제와 관리 노력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