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기업여신 전면 중단

은행권 선언한 ‘위험가중이익률’ 성장전략…연말 대출한파, 기업에도 번지나
우리은행 전경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가계대출을 틀어막은 은행권이 기업대출에도 속도조절을 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연말 목표로 선정한 위험가중이익률(RORWA) 중심의 성장전략을 맞추려면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여신도 관리가 필요한 탓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신규 기업대출을 전면 중단한다. 여기에 10월 말까지의 기업대출 잔액으로만 직원을 평가하도록 업무성과지표(KPI)도 손 본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직원들에 “연말까지 은행의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출자산 감축은 물론, 임대업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친 자산의 리밸런싱과 연체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여신심사, KPI기준 변경 등의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조 은행장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혼란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분기 원화대출금을 15조8000억원 증가시키는 등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성장을 달성했다. 문제는 지난 25일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 12.2%를 달성하고 2025년 말에 12.5%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여신이 더 늘어나면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ET1은 보통주자본이 분자가 되고, 자산을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로 평가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RWA)이 분모가 된다. 이에 분모가 더 늘어나면 CET1을 성장시키기 어렵다.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 2023년 3·4분기 12.2%에서 같은 해 4·4분기 12.0%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 9월까지 12.0%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본 여력 측면에서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규제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룹 차원에서 RORWA 중심의 성장 전략을 제시했기 때문에 계열사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위험이 가중되는 기업여신을 대폭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뿐 아니라 전체적인 대출 성장 측면에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