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당일 10월 31일, 이태원 거리 현장
메인 거리 빨간색 중앙분리대로 질서 관리
골목마다 안전관리 요원, 경찰 4명 이상 배치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키면 좋겠다” 이야기도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방향 맞춰서 우측으로 통행해 주세요, 간격 좁히지 않고 이동할게요.”
핼러윈 당일인 31일 오후 9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붐볐지만, 안전관리요원과 경찰들의 외침이 이를 덮었다. 해가 지고 10m 남짓한 거리에 인파는 갈수록 늘어가면서, 구청 직원과 경찰들의 표정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2년 전 핼러윈 데이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2년이 지난 이태원 거리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구청에서는 거리를 빨간색 중앙분리대로 나눠 놨다. 시민들은 한 방향으로 몰리지 않은채 질서를 유지했다. 이태원 역 근처 모든 골목은 경찰, 소방 직원, 구청 직원 등 안전관리요원과 총 4~5명이 인파 관리에 집중했다.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길은 고요했다. 핼러윈을 즐기러 온 시민들도 2년 전 159명이 목숨을 잃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보이자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경찰과 구청 직원 10여명이 이 골목길에서 시시각각 상황에 대응했다. 한 시민은 가만히 서서 이 거리를 지켜보기도 했고, 거리를 찾은 외국인 인파는 한참 동안 묵념을 한 뒤 지나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위령제가 2일 지났음에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앞에 꽃을 두고 가거나, 이들을 기리는 메모를 붙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정연(21) 씨는 “핼러윈을 맞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지만, 이 거리에서 꽃다운 나이에 쓰러진 청춘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길을 찾았다”라며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벌써 2년 이란 시간이 지났다니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이태원 거리는 핼러윈을 맞아 활기를 되찾았다. 주술회전, 미니언즈 등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차림을 한채 돌아다니는 이도 많았다. 악마 분장을 한채 이곳을 찾은 김모(29) 씨는 “이렇게 코스튬(분장)을 하고 이태원을 찾았지만, 집은 일찍 갈 예정”이라며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키면 좋겠다. 그래야 지키는 경찰들도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35)씨는 “지난해보다는 사람이 늘긴 했다”라며 “주변 상인들도 예전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마냥 즐기기만은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찰과 구청, 소방 직원들은 밤 늦게까지 이태원 거리를 지켰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이날 이태원역에서부터 안전관리를 유도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A씨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20~21명이 30분~1시간마다 교대로 역 곳곳에서 인파 관리를 할 예정”이라며 “추가 근무라서 힘든건 맞지만, 안전 관리에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서울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3일까지를 ‘핼러윈 특별기간’으로 정해 이태원에만 안전요원 4200명을 투입한다. 서울경찰청은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지난달 31일까지 경찰관 3012명을 홍대, 이태원 등에 배치하기도 했다.
용산구청 역시 인파 집중 예상 기간인 오는 3일까지 안전관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세계음식문화거리를 비롯해 퀴논길, 해방촌, 경리단길 일대에 구청 직원 141명, 경찰 270명, 소방 45명 등이 배치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유관기관 합동 현장상황실을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했다”며 “용산구청 재난안전상황실, CC(폐쇄회로)TV 통합관제센터와 연계해 다중 인파 밀집 예상 지역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