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보고서 발표
지난해 9월까지 누적 131건 화재 발생
화재 안전등급·신개념 주차장 개념 제안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인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발생 이후 관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관련 안전등급 지표와 새로운 주차장 개념을 활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거주자가 절대 다수인 데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화재 대응력을 높여야 하는 만큼, 연구 활용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LH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7년 최초 1건이 발생한 이후 매년 늘어 2023년 9월 기준 누적 131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연구진은 공동주택 화재의 경우 차량이 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큼, 화재 감시와 초기 대응,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 강화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할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과 피난 및 진압 등에 유리한 ‘신개념 주차장’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은 지하주차장 공간 요소에 대해 화재 관련 안전성을 분석해 점수화한 안정성 지표다. 소방 전문가와 건축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최종 5등급으로 나눴고, 각 등급은 인적·물적 피해 감소와 화재진압의 용이성 수준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했다. 이는 전기차 충전구역 지정 및 평가, 전기차의 주차 권고구역(충전구역 이외 주차면) 지정에 활용 가능하단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1등급(종합 안전도 점수 230점 이상)은 공간 전체가 외기에 노출돼 전기차 화재에 따른 위험이 매우 낮고, 기본적 소방안전시설 외 추가적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공간 ▷2등급(130점 이상 230점 미만)은 공간의 많은 부분이 외기와 면해 있어 전기차 화재 연기로부터 도피가 쉽고, 소방대의 진입이 원활한 공간이다.
이어 ▷3등급(100점 이상 130점 미만)은 옥내 지상주차장 등 외기와 직접 면해 화재 연기 배출이 상당히 용이한 공간 ▷4등급(50점 이상 100점 미만)은 주로 지하 2층 이하에서 화재 연기 배출이 공간 외부로 일부 이뤄지는 공간 ▷5등급(50점 미만)은 주로 지하 3층 이하 공간으로 화재 시 피해가 크고 소방 대응이 매우 어려운 공간으로 분류한다.
연구진은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을 전기차 충전구역 지정 시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LH가 제작해 전국 공동주택에 배포한 ‘전기차 화재 안전 대응 매뉴얼’에 이같은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 및 적용 방법을 추가할 수 있단 것이다. 또한 전기차 화재 안정등급 3등급 이상의 주차구역을 ‘전기차 주차 권고구역’으로 지정할 것도 제안했다. 다만 전기차 충전구역과 달리 전기차 주차 권고구역은 법적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권고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LH 공동주택의 전기차 충전구역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해 4·5등급은 소방안전시설을 추가하거나 이전하고, 신규 전기차 충전구역 지정 시에는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 3등급 이상에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이외에도 소방 및 건축 전문가의 현장 조사와 과학적 분석으로 등급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컨설팅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에 규정된 주택성능등급의 지표에도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을 추가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국내외 사례를 활용해 ‘신개념 주차장’ 개념도 제시했다. 이는 기존 공동주택의 공간계획구조를 유지하되, 신개념 요소로서 썬큰(sunken,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공간) 구조를 기본으로 채택하며 나선형 구조 등을 적용한 주차장이다. 주차장 일부 공간에 의도적으로 썬큰 구조를 배치하면 지하층의 자연환기 기능을 향상할 수 있으며, 나선형 구조 또한 모든 층의 공간을 연결해 한 개층이라도 외기와 접하면 환기가 쉽다.
연구 결과 신개념 주차장 공간은 전기차 화재 안전등급이 지하 1층은 2등급, 지하 2층은 3등급으로 판단됐다. 즉 전기차 충전구역으로 적정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는 향후 10년 안에 국내 자동차 중 전기차 비율이 10%~15% 수준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설계 방안을 제시했으며, 이런 공간을 적용하면 충분한 충전구역 확보가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전기차 화재 대응과 안전 요소만을 고려한 만큼, 실제 적용하려면 경제성이나 단지 규모 등 더욱 많은 요소를 고려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