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국내 시총 1위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에 끊임없이 불어 닥치고 있는 다사다난한 일들로 인해 주주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을 정도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POP) 걸그룹 뉴진스가 방시혁 의장을 상대로 ‘25일까지 민희진 복귀’를 전격 요구하는 등 최후통첩을 날렸고, 뉴진스에 대한 하이브 사내 따돌림 폭로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시총 31%가 증발한 하이브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 주가는 17만원 아래로 내려 앉아 16만원 대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 12일 종가(16만9000원) 기준 최근 1년간 30.88%(24만4500→16만9000원)나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시가총액은 10조3089억원에서 7조392억원으로 3조2697억원이나 줄었다.
해당 기간 중 하이브 시총이 줄어든 액수는 코스닥 종목별 시총 규모로 봤을 때는 알테오젠(16조7949억원), 에코프로비엠(15조3842억원), HLB(11조5441억원), 에코프로(10조2650억원), 엔켐(3조7728억원), 클래시스(3조4496억원)에 이어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코스피 종목 중에선 LS(3조2908억원), 키움증권(3조2598억원), 카카오페이(3조2170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연초(1월 2일)와 비교했을 때도 하이브 주가는 27.62%(23만3500→16만9000원) 씩이나 떨어졌다. 장중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1월 11일 26만1000원과 비교하면 낙폭은 35.25%나 된다.
뉴진스, 하이브와 싸울 결심 굳혔나
하이브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어도어를 둘러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모회사 하이브 간의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분쟁이 꼽힌다.
전날 오후 뉴진스 멤버 5명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복귀를 바란다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에게 요구했다.
멤버 전원이 하이브와 방 의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뉴진스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뉴진스 멤버 해린은 라이브 방송에서 “그 사람들(하이브 혹은 현 어도어 경영진)이 속한 사회에 같이 순응하거나 동조하거나 따라가고 싶지 않다”며 “그리고 저는 그 방향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제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가 “이것이 하이브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방법”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하이브가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싸울 의중이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와의 갈등이 불거진 뒤 지난달 27일 ‘경영과 제작의 분리 원칙’ 등을 이유로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재상 신임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는 임시주총에서 뉴진스의 최후통첩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 따돌림 논란, ‘사내 괴롭힘’ 결론까지 이어지나
투자자들은 하이브가 현실적으로 민희진 복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상황인 만큼 25일 이후 멤버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실현 확률이 높은 방안 멤버들이 25일 이후에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민희진 갈등’ 5개월 만에 전면에 등판한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와 ‘헤어질 결심’을 굳힌다면, 4세대 간판 걸그룹이자 ‘빌보드 200’ 1위 가수인 이들의 위상을 고려할 때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소속 가수가 뉴진스뿐인 어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1103억원에 달했다.
또 이들은 내년 월드투어도 예정하고 있는데, 전속계약 분쟁이 현실화하면 월드투어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뉴진스의 미래는 법원이 가처분 등 분쟁에서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는지 여부에 달리게 된다.
가요계에서는 앞서 이달의소녀 일부 멤버들은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지만, 피프티 피프티 전 멤버 3명은 기각되는 등 사례에 따라 엇갈린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뉴진스 멤버들은 전날 유튜브 라이브에서 “데뷔한 후에도 여러분이 모르는 많은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해린)거나 “메이크업을 받는 곳에서 (하이브 소속) 다른 아이돌 멤버와 매니저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매니저가 내가 들릴 정도로 ‘무시해’라고 말했다”(하니)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뉴진스의 팬이라고 밝힌 네티즌 A 씨는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뉴진스의 하이브 내 따돌림 폭로 사건을 수사하고 위법 행위가 발견될 시 관련자들이 엄히 처벌받도록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민원을 고용노동부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5월 홈페이지 정책 자료실에 게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A 씨는 “뉴진스 멤버 하니와 민지의 따돌림 폭로가 사실이라면 사측은 근로기준법 제76조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제76조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뉴진스의 하이브 내 따돌림 폭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위법행위가 발견될 시 관련자들이 엄히 처벌받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돈 나올 곳 無” vs “저가매수 기회”
각종 분란으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볼멘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한 하이브 주주는 “하이브는 도대체 무엇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일까? 뉴진스 활동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 방탄소년단(BTS)은 슈가 음주운전 논란으로 제대로된 완전체 활동이 힘든 상황이고, 르세라핌은 라이브 실력 논란으로 컴백에도 예전만큼 인기를 끌기 힘들어 보이고, 아일릿도 뉴진스와 관련한 논란에 휩쓸린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반면, 하이브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주주들도 있다. 또 다른 하이브 주주는 “민희진 관련 이슈로 주가가 하락한 부분은 이미 선반영됐고, 하이브 뮤지션들의 향후 활동 플랜을 볼 때 하이브 주가는 긍정적 요인이 더 많다”면서 “지금이 바닥이라 보고 매일 추가 매입한다”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도 하이브 주가의 향후 흐름에 대해 전망하기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4분기에 위버스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가 론칭하고 BTS 멤버 진의 솔로 앨범 발매와 오프라인 활동 본격화 등 호재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투자 심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극대화된 현재 상황에선 민희진 전 대표와 법적 분쟁이 현재 사내 IP 중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진스와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겐 무엇보다 큰 리스크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각종 법적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채 장기화되는 것도 주가엔 분명한 리스크인 상황 속에, 뉴진스가 소속사와 결별할 것이란 의사를 밝히거나 따돌림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주가엔 분명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