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도 톤당 96.74달러 기록

철강 제품 하락세 지속…저가 중국산 물량 대거 풀려

“업계 보호 위한 대책 나와야” 강조

“저가 중국산 공포 확산, 정부가 나서달라”…국내 철강업계의 ‘이유 있는 호소’ 왜? [비즈360]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고로에서 관계자들이 쇳물을 생산하는 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항=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제철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반덤핑 제소를 한 가운데 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철강재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필요성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저렴한 후판과 열연가격으로 인해 국내에서 이를 생산해 온 업체들이 피해를 봐 왔지만, 여기에 대한 대응은 부족했다는 의견이 담긴 주장이다. 한편 최근 철광석 가격이 큰 폭의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산 철강재의 무차별적 저가 공세와 관련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철광석 톤당 시세는 96.74달러로 지난 2022년 이후 11월 만에 처음으로 100달러 이하로 계산됐다. 중국 건설경기가 부진하면서 철강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는데, 브라질과 호주에 소재한 광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과잉 공급상태가 발생한 탓이다.

중국 내 철강 제품의 재고량도 급증하면서, 아시아 시장 내 철강재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철근 유통 재고는 546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한 수준이다. 우선 중국 내수용 열연과 철근가격도 톤당 393달러와 374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열연 강판(압연 공정을 마치고 코일상태로 감은 제품) 3㎜의 수출가는 톤당 450~4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중국이 자국에서 소비하지 못한 철강재를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에 내놓으면서, 우리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3분기 철강업종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전 분기 대비 13p 하락했다. 국내 철강업계 전반을 덮친 불황이 업계 1위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 전반에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가 중국산 공포 확산, 정부가 나서달라”…국내 철강업계의 ‘이유 있는 호소’ 왜? [비즈360]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항=임세준 기자

이는 업계 일각에서 반덤핑 규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관세로 비견되는 반덤핑 규제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이 정상가격(수출국 국내시장가격) 이하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작동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아니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철강 조업은 특성상 한번 생산 시 물건을 끊을 수가 없는데, 저가 철강재가 점차 들어올수록 생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저가만 강조하던 중국 업체들이 최근에는 노하우가 쌓이면서 우리 제품과 품질에서 차이가 없는 철강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다만 반덤핑 규제는 철강업계의 제소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를 밟기 위한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선 중국산 철강재(슬래브 등)를 수입해 고부가철을 생산하면서 상품성을 높여온 국내 중견 철강업체들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 하락이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반덤핑 제소가 진행될 시 손익을 따져봐야 하는 입장도 있다. 무역의 상호주의적 측면을 감안해 이들이 수출하는 품목에서도 향후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

또한 덤핑 조사는 반덤핑이 제소됐을 때 산업통상자원부의 무역위원회에서 이뤄지는데, 현재 다양한 업무가 산재된 상황이라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도 최근 개최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가 덤핑 조사에 나선다면 포스코의 전략이나 상황에 맞게 답변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강업계는 저가 중국산 공세로 인한 국내 철강사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칠레의 철강회사 CAP는 저가 전략을 구사한 중국산 공세에 밀리면서 칠레 최대 규모의 우아치파토 제철소를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 25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한편 지난 상반기를 기준으로 포스코는 전년대비 34.3% 감소한 1조33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80.8% 감소한 1538억원의 영업이익, 동국제강도 80.6% 감소한 9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