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포스코DX, 슬라브 공정·철도 건널목 등 AI 도입

스마트CCTV로 안정성·생산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포스코DX에서 개발한 ‘비전AI’ CCTV 기술이 적용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연주공장 슬라브(철강재 반제품) 절단 공정 모습. [포스코DX 제공]

[헤럴드경제(포항)=차민주 기자] #.벌겋게 달아오른 슬라브(철강재 반제품)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온다. 쇳물을 녹여 만든 것으로 무게 35톤, 길이 8m, 폭 2.2m에 달한다. 온도는 1000℃를 넘는다. 슬라브가 절단기와 맞닿으니 불꽃이 돌연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좋지 않은 신호다. 슬라브가 경로를 이탈해 기타 설비와 부딪히는 사행 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확인되자, 즉각 운전실에 알림이 울리고 벨트 운행이 멈춘다. 이 모든 걸 감시하고 제어하는 건 사람이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 폐쇄회로(CC)TV다.

포항제철소가 AI로 진화하고 있다. 포스코DX의 AI 기술이 산업 현장 곳곳에 적용됐다. 두 회사는 위험한 현장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안정성’과 ‘생산성’을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슬라브가 정상 각도를 잃고 사행된 모습. [포스코DX 제공]

▶뜨거운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AI로 안전 감시= 지난 22일 경상북도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을 찾았다. 이곳은 고로에서 나온 뜨거운 쇳물을 굳혀 만든 철강재 반제품인 슬라브가 만들어 지는 곳이다.

포스코·포스코DX는 1000℃가 넘는 슬라브가 하루에 400개씩 생산되는 위험한 산업 현장을 AI로 대체하기 위해 2021년 4연주공장에 AI기술을 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AI 위험 감시 시스템’이다. 포항제철소는 작업자가 화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포스코DX와 함께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CCTV를 도입했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포스코 포항제철소 4연주공장 운전실 내부 모습. [포스코DX]

기존에는 현장 직원들이 하루 종일 CCTV를 지켜봐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를 대체한다. 스마트 CCTV가 영상을 프레임별로 저장한 뒤 자동으로 슬라브의 경로를 계산하고, 충돌 여부를 예측해준다.

실제 사고 예방 효과도 크다. 스마트CCTV가 가동된 이후 사행 사고를 예방한 건수는 80건이다. 포스코DX에 따르면 이중 실제 사고로 이어진 건은 한 건도 없다. 이날 4연주공장에서 만난 운전자는 “자동으로 한 번 막아주는 장치가 있으니 작업자가 개입해야 하는 난이도가 낮아져 안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포항제철소 내부를 오고 가는 용선 운송 기관차. [포스코DX 제공]

쇳물을 나르는 운송 기관차와 관련된 사고 예방도 AI가 책임지고 있다. 각 기관차는 1500℃ 이상의 쇳물을 1200톤 가량 싣고 포항제철소 내부를 오고 간다.

포스코·포스코DX는 영상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포스코DX의 ‘비전AI’ 기술을 철도 건널목 CCTV에 적용했다. 건널목 주변의 위험 요소에 대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기관차 운전자에게 사전 알람을 고지하는 방식이다.

박지윤 포스코 생산기술부 구내운송섹션 사원은 “알림을 넘어 차량 제동까지 연계되는 자율주행 기술도 기관차에 일부 적용하고 있고, 연구 개발을 통해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포항제철소 용선 운송 기관차 운전실. [포스코DX 제공]

▶정확한 바코드 인식, ‘휴먼 에러’ 줄여 생산성↑= 제품 검수 작업에도 AI가 적용됐다. 선재검수센터에 차량 번호를 인식하는 CCTV 2대, 라벨 번호를 읽는 CCTV 24대를 설치해 검수 정확도를 높였다. 2022년 9월부터 검수 기술 설계를 시작했고,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술을 상용화했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포항제철소 선재제품 검수장에서 차량에 실린 제품을 스마트CCTV가 자동으로 검수하고 있는 모습. [포스코DX 제공]

AI로 ‘휴먼 에러’가 줄어들면서 생산성이 커졌다. AI가 직접 카메라의 각도와 줌 기능을 제어해 제품의 라벨 위치를 추적하고, 송장 정보와 비교한다. 제품 측면 등 각도가 기울어져 맨눈으로 라벨 확인이 어려운 곳도 자동으로 읽어낸다. 차량 1대 당 적재된 14개의 제품 라벨을 검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5분 이내다.

포스코·포스코DX는 산업용AI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판단, 연구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윤일용 포스코DX AI기술센터장은 “산업용 AI가 사람의 역할을 도와 제품의 질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위험한 현장 작업 등을 AI를 대체해 가며 제철소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펄펄 끓는 쇳물, 위험천만한 현장” 사고 0건 만든 AI…포항제철소 가보니
선재 제품 라벨을 자동으로 검수하는 스마트CCTV 모니터링 화면. [포스코DX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