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치권에서는 10월 여권 위기설, 그리고 11월 야권 위기설이 나돌았었다. 10월 여권 위기설은 국정감사와 관련 깊다.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여권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11월 야권 위기설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두 개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야권은 11월 위기설을 여권 위기설로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조국혁신당이 먼저 깃발을 들었다. 조국혁신당은 11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탄핵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11월 2일에 장외 집회를 갖는다.
이런 야당의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 역시, 윤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여론에 대한 반응성도 문제고,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의 태도는 실망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탄핵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즉, 의혹은 많지만,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범죄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구속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일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지금이 탄핵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문제다. 지지율이 낮다고 대통령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둥 중의 하나는 임기제이다. 그래서 헌법에 대통령의 임기를 못박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제의 근간을 흔들면서, 조기 대선을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제를 부정하며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으로 주장할 것이면, 차라리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각제를 할 경우, 지금 정도의 정권 지지율이라면 당연히 총선을 실시할 수밖에 없고, 정권은 교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탄핵을 그렇게 쉽게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탄핵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떠올려보자. 과거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부터 우리나라 정치판은 극단적으로 양분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보수와 진보는 상대를 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에는, 진보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 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보는 의기양양하며 자신들이 마치 진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식으로 행동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탄핵 역풍으로 등장한 열린우리당은 절대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실시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확보했는데, 한마디로 정치에서 균형은 사라지고, 한쪽이 극단적으로 과대 대표되는 현상이 대두됐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치우침은 민주주의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는 탄핵을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서, 일부 야당들은 공당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