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사흘간 경기 이천SKMS연구소서 진행
최태원·최창원 등 핵심 경영진 30여명 한자리에
리밸런싱·운영개선 성과 점검…후속 과제 논의도
SK이노+E&S 합병법인 11월1일 출범…리밸런싱 핵심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상고심 진행 여부도 8일 결판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한영대 기자] SK그룹이 31일부터 최고경영자(CEO)세미나를 열고 연초부터 진행해온 고강도 사업구조 재편(리밸런싱) 작업에 대한 성과를 점검한다. CEO세미나 후에는 행사에서 공유된 성과를 바탕으로 계열사별 임원인사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SK가 부진한 사업분야·계열사 수·임원 규모 등 전방위적 ‘군살빼기’를 진행 중인 만큼 인적쇄신 폭이 예년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1월1일자로 자산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공룡’으로 평가되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법인이 출범한다. 대법원은 다음달 8일까지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한 심리불속행(기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굵직한 일정들이 예정된 만큼 11월이 SK그룹 전체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SK에 따르면, 2박3일간 진행되는 CEO세미나는 1일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2일차 운영개선(O/I), 3일차 SK 고유의 경영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를 각각 주제로 진행된다.
CEO세미나는 6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의 핵심 연례행사 중 하나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다.
이번 CEO세미나에서는 연초부터 진행했던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 및 O/I 추진성과를 점검·평가하고 인공지능(AI) 전환 등 후속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의장이 앞장서 강도 높은 혁신 작업을 이끌어온 만큼, 가시적인 리밸런싱 성과를 내놓을지 여부가 관심이다.
SK 관계자는 “(6월 열린) 경영전략회의는 새로운 화두나 방향성을 제시하고 중간 점검의 의미였다면, CEO세미나는 사실상 올해를 마무리하는 행사라는 의미가 큰 만큼 보다 구체적인 성과와 내년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무분별한 중복투자를 정리하고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SK의 종속회사 수는 716개였으나, 지난 6월말 기준 667개로 49개(6.8%) 줄어들었다.
올해 초 20여년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고 수시 인사를 통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를 과감히 교체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부터 매주 토요일 ‘커넥팅 데이’를 시행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확실한 대내외적 경영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리밸런싱’의 핵심작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법인은 CEO세미나 기간 중인 다음달 1일 첫 발을 내딛는다. 같은 날 배터리 자회사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합병도 예정돼있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의 합병법인 사업 경쟁력 강화,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창출 방안 등도 CEO세미나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CEO세미나가 끝나면 임원인사 작업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CEO세미나 자리에서 계열사별 성과가 발표되고 무제한 토론이 이뤄지는 만큼,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SK 계열사들이 저마다 이번 CEO세미나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임원 규모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계열사들에는 일괄적으로 특정 비율의 감축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인건비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침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임원인사를 실시한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임원 수가 23%(66명→51명), SK지오센트릭의 경우 14.3%(21명→18명)으로 줄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세미나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한 후 12월 정기인사에서 7년만에 부회장단을 전면 교체하는 고강도 혁신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정기인사 기조는 ▷기술·현장 중심 ▷효율화·실행력 제고 등이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합병법인 출범을 앞두고 지난 24일 SK이노베이션 자회사 CEO 3명을 모두 이공계 연구원 출신으로 교체한 것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과거 주로 경영·재무 분야 출신이 CEO로 임명됐던 것과 대조적으로, 미래사업과 관련해 CEO 주도적인 사업 추진에 힘을 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기각) 여부도 오는 8일 결판난다. 내부 요인은 아니지만, 항소심에서 나온 재산분할액이 1조3808억원에 달하는 만큼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미래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여 심리를 속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통상 가사 사건의 경우 기각 비율이 9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해당 사건은 재산분할액이 1조원이 넘는데다 ‘6공 비자금’ 등이 얽혀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큰 만큼 상고심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26일 2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 결정에 대해 최 회장측이 재항고한 사건을 대법원이 정식으로 심리키로 하면서 이혼 본안 소송 역시 상고심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심 재판부는 재산분할의 핵심이 되는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주식가치 산정에 대한 오류를 수정(주당 100원→1000원)으로 변경하면서도 재산분할 비율 65:35에 대한 결론은 바꾸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쟁점 중 하나인 계산 오류를 정정한 것도 별도로 살펴보기로 한 만큼 특유재산 여부 등 더 본질적인 사안들을 심리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