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상돈 이어 윤여준 만나는 이재명
대화주제 특정 않고 정국에 대한 고견 청취
“불통을 거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성”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로 확장성 강조
소상공인 만난 뒤 경총과 정책 간담회 계획
[헤럴드경제=양근혁·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는 ‘외연 확장’으로 요약된다. 합리적 인사로 꼽히는 정치 원로들과의 회동을 통해 정국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듣고, 경제인들과의 접점도 넓혀가는 방향이다. 국감 마무리 국면을 지나 본격적인 ‘정치의 시간’이 시작되는 시점에 보폭을 점점 늘리면서 2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와 본인의 궁극적 목적지인 대권 도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30일 여의도 모처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윤 전 장관과의 만남은 지난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와 회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화 주제를 특정하지 않고 이 대표가 정국에 대한 고견을 듣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 전 위원장과 이 교수, 윤 전 장관은 모두 정치권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들며 비판적 참여를 이어온 합리적 인사로 꼽히는 원로들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대표와 원로들의 만남은 불통을 거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소통 역량에서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도확장이라는 것은 곧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치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경제인들과의 접촉 빈도도 높이고 있다. 30일 윤 전 장관과의 오찬 직후 민생경제 간담회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 만나고, 다음달 4일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할 예정이고,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아 정책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자칭 “보수에 가까운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전통적 가치로 여겨온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와 직결된 민생경제를 강조하는 동시에 대권 주자로서 재계 인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실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방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제단체장들을 잇따라 만나 경제 관련 논의를 지속해왔다. 최 회장과 만났던 지난달 5일 민주당과 대한상의 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 간담회’에선 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당시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 민생문제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 문제의 핵심은 기업활동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고, 최 회장은 이 대표에게 “앞으로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많은 법안들로 지원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같은달 11일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장을 각각 만나 중소·중견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국회에서의 입법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