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관심 환기’…“주주권리 보호 必”
지분 취득시 일정 비율 공개매수 강제안
일반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가능
주요국 대부분 도입…M&A 위축 우려 ‘신중론’ 여전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며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구체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그간 투자업계에서는 의무매수 범위를 기존보다 넓히게 되면 인수자의 부담이 커져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왔던 바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및 자본시장 이해관계자를 주축으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방안 구체화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무공개매수와 관련한 질문에 과반수 물량을 매수하는 것이 균형점 있는 방안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의무공개매수제란 인수주체가 기업의 경영권을 취득할 때 지배주주의 지분 뿐만 아니라 일반주주 지분도 일정 비율 이상을 공개 매수하는 것을 의무화한 제도를 뜻한다. 기존에는 기업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반면 소액주주는 시장가로 소유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이중가격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인수자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대주주가 되는 경우, 50%+1주에 해당하는 잔여 주식 또한 함께 사들이는 의무공개매수제를 추진해왔다. 이외에도 야당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유사한 안을 내놓은 상태다. 야당안은 인수자가 주식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경우, 지분 100% 전량을 의무공개매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관련법 개정은 수년째 공방을 거듭하다가 최근 분수령을 맞이했다. 고려아연을 비롯해 여러 건의 상장사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일반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할 권리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주식양수도 M&A가 국민적 관심을 환기한 만큼 올 하반기 의무공개매수제 관련 논의가 변화의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도입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상법에 주주보호 의무가 없는 국내법 특성상 “주주간 평등한 대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존재하는 한편 “효율적이고 빠른 거래에 제약이 생겨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경영권 이전 이후 상장폐지(대주주 지분 95% 이상 보유) 목적에서 공개매수가 주로 이뤄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기업 공시의무에서 벗어나 경영상 판단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호해온 까닭에서다. ▷비즈니스온(인수주체·스카이레이크) ▷락앤락(어피너티)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제이시스메디칼(아키메드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공개매수 가격이 대주주가 지분인수한 가격을 밑도는 경우가 존재해 개인투자자는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국내에서 1997년 도입되었다가 이듬해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 지연 우려로 인해 도입 1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2020년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재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사회적 의견수렴 등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는 해당 제도가 도입되어 뿌리내린 상태다. 미국은 민사소송을 통해 일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어 소액주주도 법적 보호를 받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분 100% 전량을 의무공개매수하는 안은 인수자의 자금조달계획 등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