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맞보복 나서지는 않을 것 시사

강경표현 자제…안보리 소집 요구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습에도 “적절시기 대응”
2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남성이 이란 국기가 그려진 벽화 옆을 지나가고 있다. 테헤란 주민은 밤사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잠을 설치고 도시 전역에 울려 퍼지는 폭발음에 시달렸다. [AFP]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도 즉각적인 맞보복 등을 시사하는 강경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유엔(UN)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집트·카타르 외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이란은 자국의 영토보전 침해에 맞서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모든 대응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대응하겠다고 위협하지는 않았다.

이란군 총참모부 역시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에 ‘제한적인 피해만 줬다’면서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총참모부는 또 “억압받는 이들의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란 외무부는 이날 새벽 자국 내 군사 기지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외세의 침략 행위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관련해 이란은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과 충돌 시 지도부가 사용했던 ‘복수의 불길’, ‘피의 대가’와 같은 강경한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란의 이런 반응을 두고 FT는 이란이 곧바로 재보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을 지지한다는 점을 더 강조했으며, 전면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FT는 짚었다.

이란은 일단 UN 안보리 소집을 요청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스푸트니크와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락치 장관은 27일 안보리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UN 사무총장과 안보리가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이스라엘의 이런 침략행위를 강력하고 분명하게 규탄해 달라”며 “이 범죄 정권(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안보리 의장에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이런 범죄공격에 합법적이고 정당한 대응을 할 고유의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IDF)은 26일 새벽 성명을 내고 3차에 걸쳐 이란의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히고 이란 공습을 위해 F-15, F-16 전투기가 출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드론과 전투기 100여대 이상을 동원해 이란 내 군 시설 20여곳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군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자국 군인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날 공격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수장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약 200개를 쏜 데 대한 재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