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의 관전포인트는 정년이(김태리)와 허영서(신예은)가 각자의 약점과 강점을 어떻게 극복, 활용하면서 성공해나가느냐를 보는 것이다.
이제 이런 두 사람의 대결구도가 매란 국극단에서 '자명고' 오디션을 보고 연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구도속에 강소복(라미란)이라는 스승이 있다. 매란국극단 단장인 강소복은 ‘정년이’ 속 현실로 소환하고 싶은 '겉바속촉 리더'로 시청자 마음속에 '훅' 들어왔다.
단원들을 가르치는 방식부터 마음에 든다. 단원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해 실력을 보여준 사람을 우대한다. 이건 지금이나 예나 통하는 공정한 방식이다.
'자명고' 오디션에서 '고미걸' 가다끼(여성 국극에서 남자 악역을 뜻하는 은어)역할에 지금까지 잘 해오던 자신의 조카인 도앵(이세영) 대신 영서를 뽑는 것도 단장의 강직한 스타일을 보여준 부분이다. 물론 도앵은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을 인정받아 조연출로 극에 참여하게 했다. 한마디로 강소복은 시야가 넓고 생각이 깊은 스승이자 멘토다.
라미란이 연기하는 강소복 자체가 겉으로 보기엔 크게 감정 동요가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지만, 자신이 이끄는 극단의 단원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포용하며 아우르는 참된 어른이다.
뿐만 아니라 예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적극 나서는 든든한 멘토 강소복을 라미란은 현실 세계로 데려오고 싶은 매력적인 인물로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라미란표 감칠맛 나는 연기와 찰진 대사 소화력은 캐릭터를 볼수록 스며들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그동안 주로 보여준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모습과 달리 인간미와 카리스마를 겸비한 이번 ‘정년이’ 속 라미란의 캐릭터 열연이 배우로서의 진가를 더욱 빛내고 있다는 평.
지난 26일 방송된 '정년이'에서는 매란 국극단에서 쫓겨난 정년이(김태리)를 강소복(라미란)이 다시 데려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년이가 다방에서 노래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던 복잡한 전후 사정을 알게 된 강소복이 위기에 처한 정년이를 구하게 된 것.
강소복은 "그 위약금이 얼맙니까, 여기에 우리 국극단 연구생이 있다길래 데리러 왔습니다" 대사 하나로 방송국 피디 박종국(김태훈)을 제압하는 동시에 정년이를 위기의 순간에서 꺼냈다.
또한, 자기 어머니의 능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일지 걱정하는 정년이에게 "넌 너야.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단 하나, 도중에 꺾이지 말고 끝까지 네 갈 길을 가라는 거다"라며 감동 그 이상의 믿음을, 자신에게는 한 번 더 마음을 굳건히 다지게 만든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까지 뭉클한 진심이 와닿는 장면이기도 했다.
강소복은 주란(우다비)이 다방 노래 알바를 한 것이 국극단 연구생 규칙에 위배되지만, 언니 폐병 치료비 마련을 위한 것이었고(가족애), 정년이가 부상당한 주란을 위해 다방 노래를 한 사실을 알고(동료애, 우정), 과감히 용서해 준 것도 어른과 스승으로서의 포용력을 보여준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