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원데이 임장 클래스’ 등장
이번달 매진 상품 등장하며 인기↑
부동산업계 “업무 방해로 곤혹”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젊은 세대의 부동산 투자 열풍으로 2030 청년 임장족이 갈수록 늘고 있다. 임장족이란 인원을 모집해 ‘실거주 콘셉트’로 스터디에서 임장 노하우를 공유하고, 투자 정보 획득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무소에 직접 방문하는 크루를 뜻한다.
실제 이들은 매수할 의향이나 능력 없이도 경험을 쌓고 공부 하려는 목적이 크다. 지난달 한 유료 임장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한 취준생 박모(28)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아직 실수요 생각은 없다”면서도 “취업 후 몇년 안에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해 스터디를 찾아봤는데 직접 관심 지역 임장을 가보는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했다”고 했다.
박씨가 신청한 것처럼 국내 한 포털사이트 쇼핑몰에는 ‘원데이 임장 클래스’ 상품이 등장했다. ‘서울아파트산책’이라는 명칭의 해당 상품은 2시간 강의·2시간30분 임장 실습으로 구성되고, 지역·시간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가격대는 6만6000원~9만9000원 사이에 형성됐다. 원하는 날짜와 지역을 선택해 신청할 수 있는데, 이번달 26일 송파구 임장 프로그램은 품절로 인원이 꽉 찬 상태일만큼 인기가 많은 모습이었다.
원데이 임장 클래스 이용자들은 다채로운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공부가 처음인 사람도 강사와 임장 리더의 지도에 따라 현장을 다니며 감을 잡을 수 있어 유익하다는 후기가 많았다. ‘부린이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강의와 퀴즈 문제풀이로 이해가 쉬웠다’, ‘다음에 다른 지역도 재신청하겠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사전 스터디로 지역 이해도를 높이고 차량을 통해 상권과 주변 환경까지 편하게 둘러보다 내릴 수 있었다’는 이색 후기도 눈에 띄었다.
후기 중에는 공인중개사를 속이기 위해 이사 날짜와 보유 예산 등을 미리 시나리오로 만들 것을 권유하는 ‘노하우 공유’도 있었다. 공인중개사가 실수요자에 한해 매물 정보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점을 노려 가짜 신분을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는 매수 의향 없이 방문이나 전화 상담을 하는 청년 임장족과 일반 매수자 구별이 어려워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용산구 후암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실수요를 할 능력이 없어보이는 20대초반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젊은 친구들의 방문이 늘어났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이용해서 카페를 개업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까지 만들어 상가 임대료 정보를 물어보는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영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업무 시간에 집을 보여주고 안내하는게 일인데, 정보가 필요한 실수요자나 일반 고객이 아닌 가짜 고객을 만나면 힘이 빠진다”며 “정보를 다 듣고 전화번호·이름은 바꿔서 알려주고 유유히 사라진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면 없는 번호라고 뜨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은 2030 세대의 부동산 투자 관심도가 높아져서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매입자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28.18%던 2030 비율은 지난해 30.9%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는 35.2%로 더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