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수장 하니예 이어 신와르도 사망
지난달엔 헤즈볼라 수장 하스랄라 살해
하마스·헤즈볼라 고위 지도자 다수 암살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적대적 관계인 친이란 무장세력의 지도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지도자를 잇따라 살해하며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마스의 2인자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은 올해 1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하마스 설립 멤버인 알아루리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하마스의 군사 작전을 이끌고, 조직의 금융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 이스라엘의 표적이 됐다. 그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슬람지하드 등 다른 무장단체 간의 관계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는 하마스의 3인자인 마르완 이사 군사 조직 부사령관이 살해됐다. 그는 인질을 동반하지 않고 장소를 이동할 때 표적이 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다니엘 바이먼 수석 연구원은 “이사는 하마스의 일상적인 작전을 많이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지난 7월 13일에는 가자지구 내 안전한 인도주의 구역인 칸유니스 알마와시에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하마스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가 숨졌다. 신와르의 최측근인 데이프는 20년 넘게 알카삼 여단을 이끌었다. 1990년대 자살 폭탄 테러 운동을 감독했으며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하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했다.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는 7월 30일 공습으로 사망했다. 헤즈볼라의 설립 멤버인 슈크르는 헤즈볼라의 군사 역량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수석 군사 고문을 역임했다.
불과 하루 뒤인 7월 31일에는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의 숙소에서 폭탄으로 암살 당했다. 하마스의 또 다른 설립 멤버인 하니예는 10월 7일 공격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신와르와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하니예는 하마스의 공개적인 얼굴로, 정치적 수사를 퍼뜨리고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아들 3명과 손자, 여동생 등 가족 다수가 최근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7일엔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베이루트 지하 본부 표적 공습으로 사망했다. 나스랄라는 헤즈볼라를 32년간 이끌며 ‘반(反)이스라엘 투쟁’의 구심점으로 성장시킨 상징적 인물이다. 군사적 역할과 사회 복지 시스템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위기에 대해 협상하며 열렬한 개인적 지지를 얻었다.
16일 사망한 신와르 역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해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핵심 인물이다. 하니예에 이어 하마스 수장인 정치국장 자리에 오른 신와르마저 사망함에 따라 중동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가자 전쟁이 종식으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중동 갈등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