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도 만연한 성추문 사례

장자연사건 이후에도 성접대관행 여전 권력에 휘둘리는 구조적 불합리 부각

인권침해땐 피해 신고·자구적 노력을 선정적 보도 개선·냉철한 시각 필요

올 상반기도 연예계는 성추문에 휩싸였다.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고영욱과, 20대 연예인 지망생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가 소 취소로 불기소 처분된 박시후 등이 상반기 안 좋은 뉴스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연예계 주위에는 권력 관계에 의해 성적 인권 침해를 당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박시후가 상대한 여성은 연예계 지망생이고, 고영욱은 미성년자에게 연예계로 데뷔시켜 주겠다고 제의하며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갑을관계’에서 이뤄지는,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원래 연예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획사 대표나 권력자가 성접대 구조에서 ‘갑’이 되고, 연예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진입하려는 여성연예인 지망생이나 신인 여성들은 ‘을’이 되는 형국인데, 최근에는 ‘갑’에 연예권력 관계에서 상층부에 위치하는 톱스타들도 포함되고 있다. 여기에는 캐스팅과 관련된 불투명한 관행과 성접대 관행 등 오랜 기간 동안 비공식적으로 자리잡은 구조적인 불합리가 자리하고 있다. 톱스타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 신인 1, 2명 정도는 자신의 추천을 통해 캐스팅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장자연 사건 이후 여성연예인의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공급이 수요보다 워낙 많은 연예산업의 특성상 ‘너 아니어도 얼마든지 쓸 사람 있어’라는 식이어서 연예 제작과 기획관계자들은 교묘하게 ‘갑’ 행세로 여성연예인에게 접근할 수 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연예계 성접대 관행은 뿌리뽑기 어렵다.

지난 2011년 6월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설립한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의 설립 1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에 배우인 허린 씨가 용기를 내 드라마 PD의 잠자리 요구 제안을 털어놓으며 여성 신인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증언했다. “너는 매니저도 없고,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런 상황이 공개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연예인의 인권침해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쉽게 개선되기 힘든 실정이다.

이 자리에서도 개선책으로 성접대 강요 등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즉각 피해를 알리고 연예인들이 노조를 설립해 자구적인 노력을 하며, 연예 매니지먼트사업진흥법 제정이 제시됐다. 하지만 연예인은 노동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노조를 통한 인권보호와 구제도 만만치 않다.

연예계의 성 관련 사건은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권력구도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다른 분야와 차이가 있다면 연예인의 특성상 더욱 은밀하게 밀실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연예인들은 사적 욕망을 관리하는 데 있어 공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가 없다. 음성적이고 밀실에서 풀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잠복하게 된다. 연예인은 사생활이 침해받기 쉽고, 자유로운 소통도 쉽지 않아 정신적 피로를 풀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비롯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연예인의 성접대나 남성 연예인의 성적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냉철할 필요가 있다. 장자연 사건 때를 제외하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도 별로 없었다. 연예인과 관계를 맺은 여성의 얼굴 좀 보자든가, 미모가 있으니 흔들릴 만하다는 식의 반응과 해당 여성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선정적 보도방식 등은 연예계 성관련 사건을 바라보는 느슨한 시선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연예계의 성관련 사고는 보다 구조적이고 인식의 전환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