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이상열기 화제…성형 부추기는 TV프로그램들

GTV ‘룩앳미’·스토리온 ‘렛미인’ 등 ‘인생 성형’ 코드 접목한 메이크오버쇼

정작 방송후엔 ‘연예인 닮은꼴’ 부각 성형외과 홍보·외모 지상주의만 남아

‘닮은꼴 연예인’의 범람이다. 일단 ○○○ 닮은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입에 오르내린다. ‘한가인 닮은꼴’ 고우리, ‘한예슬 닮은꼴’이라는 한 쇼핑몰 CEO는 인기 연예인을 닮았다는 이유로 ‘인터넷 여신’이 됐다.

스타들은 TV 프로그램에서 앞다퉈 ‘양악수술’을 고백한다. 물론 일부는 “치료 목적이었다”고 밝히면서, “목숨을 담보로 한 수술이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한류스타들을 우상처럼 떠받들던 아시아 팬들은 한국 걸그룹의 얼굴은 ‘복제판’이라고 조롱한다. “또 뜯어고치고 나왔다”는 식의 헐뜯기도 점입가경이다.

‘미의 사절단’ 미스코리아도 성형 논란에서 예외일 수 없다. 지난 4월 미국 허핑턴포스트와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의 유명 뉴스 공유 사이트 레딧(Reddit)에 올라온 2013년 미스코리아 후보자들의 얼굴 사진을 게재하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형열기를 꼬집었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성형의 요람’이 됐다. 걸그룹의 외모는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닮아 있다. ‘인터넷 여신’ 자리에 오른 누군가의 얼굴은 인기 스타의 ‘도플갱어’다. 스타들의 성형수술 후일담은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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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스타의 얼굴이 ‘미의 기준’이 되자, 그에 맞춘 닮은꼴 얼굴도 쏟아졌다. 엇비슷한 외모를 가진 무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그 얼굴 덕에 유명세를 타는 게 방송가를 점령한 성형수술의 현재 모습이다.

TV 프로그램은 “성형을 통해 인생을 치유할 수 있다” “성형을 통해 달라진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2003년, 케이블TV 채널동아의 ‘도전 신데렐라’를 통해 시작된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은 이후 케이블 채널들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얼굴의 성형뿐 아니라 메이크업과 스타일링까지 겸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여성 채널을 중심으로 한 편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패션N ‘미스 에이전트’, KBS W ‘손태영의 W’가 과거 인기를 모았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이다.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이 안방에 안착한 지 10년, 이제 그들도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방영 중인 GTV ‘룩앳미’와 세 번째 시즌을 방영 중인 스토리온의 ‘렛미인’은 ‘인생 대반전’이라는 코드를 접목시키며 ‘힐링 성형’이라는 키워드를 프로그램 안으로 가져왔다.

프로그램은 여러 명의 성형외과 의사 군단을 비롯해 한의사와 정신과 전문의까지 등장시켜,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등장한 신청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단지 얼굴의 성형이 아닌 인생을 성형한다”는 데에 마침표를 찍는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룩앳미’ 측도 “외모는 물론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추구하는 최강의 메이크 오버 쇼가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변신에 진행자는 물론 의뢰인 자신도 크게 놀라워했다”며 프로그램의 가치를 설명했다. 단지 못생긴 외모가 아닌 ‘다른 외모’로 인해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따돌림을 받기 일쑤이거나, 이로 인해 취업은 물론 연애, 결혼 등 인생 전반에서 삐걱거리는 삶을 살아야 했다는 출연자들은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매사에 자신감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을 만나 이들은 달라진다. 프로그램은 그들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본 뒤 오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도록 날개를 달아준다.

하지만 방송 이후 화제가 되는 것은 ‘완벽한 개조’로 다시 태어난 출연자들의 외모다. 각 채널의 홍보자료에서는 “‘밥주걱녀’의 인생 대반전, 아나운서 외모로” “갈갈이녀, 걸그룹 합성녀로 대변신”이라는 식의 제목들이 따라붙는다. 네티즌들은 다시 새로운 얼굴로 태어난 이들의 외모에 놀라워하다 ○○○ 닮은꼴이라는 식의 수식어를 붙인다. 충격에 가까운 외모변신과 그 이후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게 되는 성형외과의 현주소를 목격하고 시청자들은 ‘힐링’ 키워드를 노출한 사실에 배신감마저 들 지경에 이른다.

이들 프로그램은 결국 본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벗어난 미용성형, 잦은 양악수술을 감행해 ‘외모 지상주의’를 불러온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뿐 아니라 “홍보 목적이 강한 성형외과의 홍보 도우미”로 전락한다는 비판까지 끌어안고 있다.

그래도 시청률과 화제성을 담보한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최근 한 케이블TV 관계자는 “한 채널에서 ‘김태희 따라잡기(가칭)’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의 애초 기획은 말 그대로 “특정 연예인과 똑같은 얼굴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난관이 많았다. 무조건 ‘닮은꼴 외모’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여론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곧 또 하나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전파를 탈 예정이다. 성형수술을 통해 조장하는 TV 방송의 ‘외모 지상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