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라”…당신의 외모가 곧 능력이다

강남엔 한집 걸러 한집이 피부과 재벌·연예인 등 유명인사들 3000만원~1억 아낌없이 지불

정치인들도 부드러운 인상위해 보톡스 맞고 모발 심기도

“예전에 뜸하던 손님들이 요즘 부쩍 저를 더 많이 찾아요. 여기뿐 아니라 미용실, 쇼핑몰에서 모델 일을 하면서 수입도 3배 가까이 늘었죠.”

갓 스무살이 된 이준혁 씨는 키즈카페에서 일한다. 그는 지난해 4월 쌍꺼풀 성형을 시작으로 콧대, 리프팅(lifting), 사각턱 보톡스, 무턱 보형물 수술까지 차례로 받았다.

성형수술 비용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나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씨는 “항상 움츠러 있었는데 요즘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을 슬슬 피하던 제가 서비스 직종으로 직업을 바꾸고, 어머니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최고”라며 신나했다.

▶외모는 곧 경제력…‘외모 빈부격차’=한국 사회에서 미모는 더이상 ‘타고난’ 게 아니다.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 전 세계 1위가 이를 말해준다. 경제력은 곧 미모고, 미모는 경제력의 중요한 구성요인이다.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성형수술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투자이자, 능력이다. 이젠 돈 많으면 외모도 남달라질 수 있는 세상이다.

‘못난 이’는 이제 사회적 약자다. 평등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경제적으로 소외되지 않으려면 성형으로 거듭나야 한다. 쌈짓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제 취업난도 만성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외모가 또다른 ‘스펙’이 된 지 오래다.

기업 인사 담당자 10명 중 8명은 채용 면접과정에서 지원자의 외모 등 겉모습을 평가에 반영한다는 설문 결과는 이제 새롭지 않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바늘구멍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취업 성형’은 필수과목이다. 대학등록금이란 짐을 채 내려놓기도 전에, 고가의 성형수술 유혹까지 이겨내든지, 받아들여야 한다. 이겨낸다면 ‘외모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해야 한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87.7%가 빈부격차를 느껴봤으며, 그중 21.5%가 ‘경제력이 성형이나 다이어트 등 탁월한 외모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위크엔드] “쌍꺼풀서 무턱수술까지…성형에 투자 후 수입이 3배 늘었어요” < 키즈카페 직원 스무살 이준혁씨>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특히 여성들은 취업과정에서 지속적인 외모 관리 요구, 성형 권유를 받고 있다. 차별과 무시를 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과 함께 실질적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자가 미남ㆍ미인이 되는 사회=공부 잘하면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그래서 신은 공평하다던 속설들은 이제 옛말이다. 대니얼 하머메시 텍사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잘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이른바 ‘미모 프리미엄’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캐서린 하킴 런던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매력자본’이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보통 사람들이 100만원을 벌 때 비만인 사람들은 86만원을 번다. 매력적인 남성은 14~28%를 더 벌고, 매력적인 여성은 12~20%를 더 번다”고 주장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 외모는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는 휴먼 캐피털의 핵심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여러 성적 매력까지 자본이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제 돈이 많으면 우월한 외모를 가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부자들은 외모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다. 성형뿐 아니다. 건강미를 상징하는 매끈한 피부를 위한 관리는 외과적 수술인 인공성형과 다른 자연성형으로 통한다.

강남 일대에 ‘한집 걸러 한집’꼴로 성형외과 못지않게 흔한 곳이 피부관리숍이다. 재벌가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은 연 3000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비용도 아낌없이 지불한다.

물론 정치인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여성 국회의원의 미모가 네티즌들의 관심거리가 된 지 오래다. 남성 정치인들은 젊음을 위해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수천 가닥의 모발을 심기도 한다. 한 여성 정치인은 강남의 한 외모관리숍에서 성형을 했다, 안했다 논란이 일어 선거결과까지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 정치인들은 성형 사실을 알리는 데 인색하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가 한창 불리하게 돌아갈 때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눈썹 문신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보톡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중에 맞아 더욱 유명세를 탔다.

강용석 전 의원은 “미간에 주름이 생겨서 인상을 부드럽게 하려고 보톡스를 몇 번 맞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치 하한기인 7~8월. 자연스러운 미소를 위한 치아교정, 부드러운 인상을 위한 필러와 보톡스, 건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피부관리를 받기 좋은 때다. 가을 정기국회에 등장할 정치인들을 꼼꼼히 살펴봄 직하다.

김윤희 기자ㆍ박사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