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호주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The X Factor)’ 결승전이 벌어졌다. 무려 42%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참가자는 호주의 주류인 백인이 아닌 한국인 이민자 출신인 임다미였다. 임다미는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Hero)’과 뮤지컬 ‘드림걸스’ 삽입곡 ‘앤드 아임 텔링 유 아임 낫 고잉(And I’m Telling you I‘m not going)’ 그리고 자신의 곡 ‘얼라이브(Alive)’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소화하며 경쟁자들을 누르고 오디션 사상 첫 동양인 우승자라는 영예와 함께 ‘호주의 수전 보일’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지난달 22일 정규 앨범 ‘다미 임(Dami Im)’을 국내에 발매한 임다미와 이메일을 통해 만났다.
임다미는 “수개월 동안 많은 참가자들과 경쟁을 벌였는데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음악은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다미는 호주 그리피스 대학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한 뒤 브리즈번에서 피아노와 보컬 강사로 일했다. 또한 그는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지난 2011년 ‘다미’라는 이름으로 CCM(대중음악의 형식을 취한 기독교 음악)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앨범을 발표한 ‘프로’임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임다미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과 호주에 함께 있고 싶었다”며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나중에 후회하진 말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오디션 과정에 있어서 이민자 출신이기 때문에 겪은 언어적인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었다. 어린시절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다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로부터 바보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합숙 경연 마지막 날엔 가사를 잊어버려 생방송 무대 진출 좌절 위기에도 직면했었다.
임다미는 “태어날 때부터 영어를 접한 게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곡을 짧은 시간 안에 익히고 외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남편과 부모님의 변함없는 사랑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앨범엔 결승전에서 불렀던 곡이자 호주 음악 차트 아리아에서 1위를 차지한 싱글 ‘얼라이브’를 비롯해 프린스의 ‘퍼플 레인(Purple Rain)’, 마일리 사이러스의 ‘레킹 볼(Wrecking Ball)’, 휘트니 휴스턴의 ‘세이빌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 등 11곡이 담겨 있다. 임다미는 우승 특전으로 1년간 호주 전역을 돌며 공연을 벌인다. 호주에서 정상에 우뚝 선 임다미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음악은 모국의 K-팝이었다.
임다미는 “호주로 이민을 온 뒤 보아에 푹 빠져서 지냈고 지금은 김동률, 이적, 윤하를 좋아한다”며 “현재는 호주 투어로 바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한국에서도 꼭 활동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