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 3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에서 박근희 전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임식이 열렸습니다. 박 전 부회장은 “3년이란 세월이 매우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삼성생명의 DNA가 매우 우수하니 잘 간직해 키우면 잘 될 것입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또 “여러가지 일들이 시작됐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좋은 건 계승해 발전시키십시오”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임식이 끝난 후 그와 임원 60여명은 한 식당에서 송별식을 가졌습니다. 박 전 부회장은 술잔을 기울이면서 임원진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는 “실적이 좋지 않아 퇴진한다는 것은 루머일 뿐입니다. 가족과 회사, 주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십시오”라고 강조했습니다. 퇴진이 확정된 후배들에게도 “짤린 게 아닙니다. 아직 젊으니까 더 열심히 해주십시오”라고 조언했습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최고경영자(CEO)가 있습니다. 빼어난 실력에 후배들의 존경을 받은 CEO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박 전 부회장이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CEO로 취임한 박 전 부회장의 ‘삼성생명 3년’을 돌아보겠습니다. 그는 삼성이란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큰 변화를 줬습니다. 차갑고 조직적이고 다소 비인간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삼성을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 전 부회장은 지난 2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생명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사회공헌위원회 부회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루머가 돌았습니다. 실적 저조와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생명 11년 연속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의 공금횡령 혐의 등 불미스런 사태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퇴진은 삼성그룹의 인사원칙에 따른 세대교체라는 게 중론입니다.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젊은 삼성’을 지향하는 그룹의 인사원칙에 그의 나이는 부담이었습니다. 그는 61세입니다.
그룹 사장단 인사 발표 직후 열린 임원회의에서 박 전 부회장은 “벌려 놓은 사업들이 많은데 (회사를) 떠나게 돼 아쉽습니다”면서 “후임 사장이 후배이고 하니 잘 보필하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 “설계사 사건과 이번 인사는 별개”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부회장은 삼성그룹 사장단 중 중국 성공신화의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그에게 ‘열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때문에 실적부진에 따른 퇴진이란 해석은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박 전 부회장은 실력은 기본이고, 강한 자신감에 인간적인 매력으로 임직원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멋지면서 아름다운 분이십니다”라고 전 CEO를 평가했습니다.
“담배 피는 직원들에게 금연하라는 것도 스트레스”라면서 사내 일부 공간에서 흡연할 수 있게 배려한 그는 대표이자 때로는 친근한 형, 오빠였습니다.
회사의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임직원들이 서로 믿고 협력하면서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 마련을 위한 그의 노력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