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기아자동차의 박스카 쏘울이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선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일 자동차 업계와 시장조사 업체 오토모티브 뉴스 등에 따르면 쏘울은 지난 11월 미국 시장에서 총 1만2870대가 팔렸습니다. 기아차 전체 차종 가운데 판매량 1위를 기록했지요. 지난 10월 말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2세대 신형 쏘울은 지난달 판매량이 지난해 3월(1만3507대) 이후 월별 기준 최대치를 찍은 상태입니다. 기아차의 미국 판매량 전체를 견인할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쏘울이 이처럼 인기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미국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햄스터 광고' 효과가 큰 듯합니다.
기아차는 레이디 가가의 새 싱글곡 ‘Applause’를 배경음악으로 신형 쏘울에 투입에 맞춰 4번째로 햄스터 광고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다시 한번 미국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유튜브(You Tube)에 게재된 기아차의 신형 쏘울 햄스터 광고 조회수가 공개 1주일만에 100만건, 이달 4일 기준으로 1237만건을 돌파했습니다.
60초 짜리 이 광고는 햄스터들이 러닝머신, 복싱, 수영 등 여러 운동을 통해 다이어트를 하고 난 뒤 날씬해진,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고 있죠.
햄스터 광고 효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기아차는 2009년부터 햄스터를 등장시킨 쏘울의 미국 광고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쏘울의 첫번째 햄스터 광고 시리즈는 지난 해 닐슨사가 선정하는 ‘올해의 자동차 광고’ 상을 받았습니다.
힙합 음악을 배경으로 한 두 번째 시리즈 또한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며 닐슨사 주관 ‘올해의 자동차 광고’ 상을 2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죠. 햄스터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셔플댄스를 추는 모습을 담은 2012 쏘울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2000만을 돌파하며 역대 자동차 광고 조회수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차량의 상품성에 대한 높은 평가는 기본입니다.
광고를 통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쏘울은 지난 해 미국시장에서 11만 5778대 판매된 데 이어 올해도 지난달까지 11만 1734대가 팔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쏘울은 미국 최고 권위의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사인 ALG(Automotive Lease Guide)사가 최근 발표한 ‘2014 잔존가치상’에서 소형MPV 및 소형유틸리티 부문에서 최우수 잔존가치상을 받았습니다. 전년도 수상 차종인 ‘미니 컨트리맨’을 제쳤죠. 기아차 최초의 최우수 잔존가치상 수상 모델입니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릅니다. 미국과 달리 쏘울이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다.
신형 쏘울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총 670대가 팔렸습니다. 차종은 다르지만 모닝 8080대, K3 4222대 등과도 격차가 큽니다. 대형 SUV인 모하비(891대) 보다도 판매량이 저조합니다.
국내 시장과 미국 시장을 직접 비교하기 힘들지만 높은 차체, 박스형 디자인 등이 미국에선 먹혀들고 있으나 국내에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현재 신형 쏘울의 미국 가격(제조사가 권장하는 소매가격(MSRP) 기준)은 1.6 모델이 1만4700달러, 2.0 모델이 1만8200달러~2만300달러 수준입니다. 국내는 1.6 가솔린 및 디젤로 출시되며 1445만원~2210만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돼 있습니다.
기아차 측은 “국내에는 박스카 구매 고객이 제한돼 있다. 이미 박스카 고객 상당수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국내 부진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기대를 겁니다.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조금씩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요.
국내에서도 박스카 쏘울이 제 힘을 발휘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