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루디스텔로(Ludistelo) 정규 2집 ‘플래시포인트(Flashpoint)’= 미지의 영역인 우주에 대한 경이감과 자연의 신비로움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특히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돋보이는 장르인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유독 이 같은 시도가 많았죠.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와 러쉬(Rush)는 이 같은 시도로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둔 거장들이었죠. 그러나 한국에선 이 같은 시도가 흔치 않았습니다.
루디스텔로는 새 앨범 ‘플래시포인트’를 통해 소리로 우주를 그려내려는 시도를 합니다. 강렬한 록 사운드와 전자음으로 이뤄진 광활한 소리의 풍경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죠. 루디스텔로는 킬러컷츠와 레이시오스 출신인 박상진(보컬ㆍ신디사이저), 슈가도넛과 레이시오스 출신인 애쉬(기타ㆍ신디사이저), 카피머신 출신인 주연(드럼)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밴드로 지난해 정규 1집 ‘익스피어런스(Experience)’ 발매한 바 있다. 또한 루디스텔로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신인뮤지션 발굴 육성 프로그램인 ‘K-루키즈’ 결승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죠.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들의 교신 내용을 삽입해 우주로부터 온 안부를 전하는 내용을 그린 ‘그리팅 오브 더 유니버스(Greeting of The Universe)’와 우주의 파장과 폭발을 강력한 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담은 ‘코스믹 웨이브(Cosmic Wave)’는 이 앨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곡이죠. 그러나 열매를 맺기 전 가장 아름답게 피는 꽃을 표현한 타이틀곡 ‘블라섬(Blossom)’과 몽환적인 연주로 사랑의 여운을 노래한 ‘에프터매스(Aftermath)’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루디스텔로의 음악에는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를 연상케 하는 차가운 기계의 질감 대신 호기심어린 인간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집니다. 그 숨결의 다른 이름은 아마도 희망일테지요. ▶ 지소울(G. Soul) 미니앨범 ‘커밍 홈(Coming Home)’= 지소울은 음악보다도 ‘JYP 최장수 연습생’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지난 2001년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 99%’를 통해 JYP의 수장인 박진영과 처음 만난 그는 이후 15년 동안 히든카드로 지내며 ‘유령설’에 시달렸습니다. 완성도를 차치하더라도 이번 앨범은 지소울을 향한 대중의 의문점을 씻겨줬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다림이 길었던만큼 지소울은 만만치 않은 결과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JYP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박진영의 그림자가 짙었습니다. 장르에 관계없이 박진영 스타일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특유의 구성이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 전반을 지배했죠. 그러나 지소울의 앨범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느껴지지 않아 눈길을 끕니다. 그만큼 박진영이 지소울의 역량을 신뢰한다는 이야기겠지요. 지소울이 앨범 수록곡 전곡의 작사ㆍ작곡에 참여한 것만 봐도 이는 명백합니다. 또한 분명히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팝과 비교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보컬은 박진영의 그것과 큰 차이입니다. 미국에서 보낸 오랜 시간이 알게 모르게 지소울에게 체화된 것일 테지요.
이 앨범에선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앨범인만큼 한국에서 흥행을 거둬야한다는 강박이 보이지 않습니다. 뚜렷한 기승전결을 가진 한국식 알앤비(R&B)와 비교하면 지소울의 앨범에는 대중에게 낯선 부분이 적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들립니다. 특히 타이틀곡 ‘유(You)’에서 지소울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목소리였죠. 여러모로 흥미로운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