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일제히 반등…엔비디아 등 AI 관련주가 충격 흡수
TSMC 오늘 오후 실적 발표…“국내 증시 투심 회복 기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증시가 17일 미국 기술주 급락을 부른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ASML의 실적 충격에서 벗어나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증시 부진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주는 이날 오후 예정된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8% 내린 2610.36을 기록, 3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했다. ASML의 3분기 실적 충격에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에 국가별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도 악재가 됐다. 삼성전자(-2.46%)가 3거래일 만에 6만전자에서 다시 밀려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2.18%), 한미반도체(-2.95%)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간밤 뉴욕 증시는 전날 ASML의 충격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다우존스30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각각 0.79%, 0.47%, 0.28% 올랐다. 전날 16.26% 폭락했던 ASML은 이날도 6.42% 내렸으나 낙폭은 줄어들었다.
엔비디아가 3.13% 오른 것을 비롯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4.72%), ARM(1.21%), 브로드컴(0.48%) 등도 강세를 보이며 AI 관련주가 ASML 충격을 흡수했다. 올해 초 AI 고평가론을 제기하며 엔비디아를 매도한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당시 자신의 결정이 큰 실수라고 한 인터뷰도 AI 실적 기대감을 키웠다.
구글에 이어 아마존이 소형 원자력발전소에 투자한다는 소식도 데이터센터 등 AI 밸류체인에 호재가 됐다. 이에 따라 전날 5.28% 급락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0.21% 반등했다.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모건스탠리(6.50%), 유나이티드항공(12.44%) 등 우량주들도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국내 증시는 이날 오후 예정된 TSMC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일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36.5% 증가한 236억22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233억3000만달러를 웃도는 결과였다. 이에 따라 이날 공개되는 전체 3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 반도체주도 최근 끊이지 않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털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이익 전망 하향이나 외국인 순매도 모두 반도체주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주에서 반전의 단서를 찾아야 한다"며 "ASML 실적 쇼크의 여파가 남아있지만 TSMC의 실적 발표 이후 분위기가 호전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ASML 실적 쇼크가 일단락되고 AI 관련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유지되면서 국내 증시도 관련주의 투심 회복이 기대된다"며 "TSMC 실적 결과 및 외국인 수급에 주목하면서 종목 장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